옥수수 밀 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이 내년에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산량 증가로 가격은 하락하지만 주요 곡물 수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높은 비료 가격, 악천후가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옥수수 밀 콩 가격은 올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선물 기준으로 옥수수 가격은 올 들어 27%, 밀은 25% 급등했다. 콩은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가량 뛰어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에 미국 농부들은 곡물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내년 미국의 곡물 재배 면적은 올해보다 200만 에이커(약 8094㎢) 늘어난 2억3000만 에이커(약 93만77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곡물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중국의 수요 감소도 곡물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곡물 수요가 줄어들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클 주졸로 글로벌원자재컨설팅 회장은 “경제 충격으로 중국 중산층의 곡물 구매 욕구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밀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주요 밀 수출국이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2014년 당시 밀 가격이 75% 뛰어올랐다.

비료 가격도 변수로 꼽힌다. 비료 가격은 공급망 병목현상 여파로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비싸졌다. 높은 가격으로 비료 사용량이 줄면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날씨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기후예측센터는 내년 봄까지 라니냐 현상이 지속되면서 ‘옥수수 벨트’인 인디애나주, 일리노이주 등의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악천후로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