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신규 유전·가스전 발굴 규모가 7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석유·가스업체들이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신규 유전 탐사에 대한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늘어난 수요로 당분간 고유가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난이 닥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유전·가스전 탐사 멈췄다
29일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신규 유전·가스전 발굴 규모는 약 47억 배럴로 1946년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125억 배럴)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전체 발굴 중 원유와 천연가스가 각각 66%, 34%를 차지했다.

연간 원유 생산량 대비 매장량 비율은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존 유전의 매장량은 매년 줄어들기 때문에 업계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 신규 유전 발굴 규모가 급감하면서 채굴 가능한 원유 양이 줄어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새로운 유전이나 기존 유전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원유 생산량이 매년 7% 감소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주요 석유·가스 회사들은 신규 유전 탐사에 대한 지출을 줄였다.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작년엔 코로나19 여파로 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원유 매장량이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 기업들은 매년 자본의 80%를 재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석유산업 설비투자 비용은 2014년 7500억달러에서 올해 3500억달러로 급감했다. 주요 석유·가스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 벌어들인 수익을 신규 유전 탐사에 쏟아붓는 대신 부채를 줄이고 배당금을 늘리는 데 썼다.

문제는 당분간 화석연료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하루 평균 원유 수요는 1억79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9663만 배럴)와 팬데믹 이전인 2019년(9827만 배럴)보다도 많다.

대안으로 선택한 친환경 발전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기준 전력 생산량의 24%를 차지하던 풍력 발전량이 올 들어 바람이 적게 불면서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