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지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닷새째 이어진 영향 등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원자력발전의 핵심 원료인 우라늄 가격은 치솟았다. 국제 유가도 뛰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이자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가 코로나19에 이어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블랙스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랙스완은 미처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해 개인과 기업 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7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3% 이상 하락한 4만1300달러대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4만1000달러 선으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전날 8%가량 급락하며 4만3000달러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난 5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기준금리 조기 인상과 양적긴축을 시사한 데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위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인터넷 연결이 끊기자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연산능력(해시레이트)이 떨어졌다. 해시레이트가 하락한다는 것은 기존보다 적은 채굴자가 시장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이러면 비트코인 채굴 난도가 낮아지고 채굴 비용도 하락한다. 채굴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비트코인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우라늄과 원유 가격은 상승했다. 핵연료 시장조사업체 UxC에 따르면 3일 파운드당 42달러에 달하던 우라늄 가격은 6일(현지시간) 약 12% 오른 47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61달러(2.07%) 상승한 배럴당 79.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자흐스탄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상승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연초부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LPG 가격상한제를 폐지하면서 차량용 연료로 쓰이는 LPG 가격이 두 배 넘게 급등한 탓이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보건부에 따르면 유혈 시위 사태로 이날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 중 400여 명이 입원했고 60여 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