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어찌 그렇게 다들 우수한가요"…일본 女회장 '감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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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와 게이코 고에이 회장 단독 인터뷰
1인4역 해낸 '슈퍼우먼'..ESG시대에 더 주목
손정의 회장이 인정하는 전문투자가이기도
1인4역 해낸 '슈퍼우먼'..ESG시대에 더 주목
손정의 회장이 인정하는 전문투자가이기도
“한국인은 뭘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우수한 건가요? 교육 받고 직장 경험이 있는 여성 인재가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되는 건 정말 손실이죠. 차라리 창업을 하세요.”
에리카와 게이코 고에이테크모홀딩스 회장(사진)은 최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인의 자질을 극찬했다. 동시에 우수한 한국인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게이코 회장은 남편 에리카와 요이치 사장과 함께 고에이를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끌어올린 여성 경영인이다. 삼국지, 대항해시대, 진삼국무쌍 등 전설의 명작이 고에이의 작품이다. 부부는 요이치 사장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도치기현의 지역 염료 도매상을 40년 만에 시가총액 7445억엔(약 7조6890억원·12일 기준)의 일본 2위 게임회사로 변신시켰다. 요이치 사장은 사학 명문 게이오대학 경영학과, 게이코 회장은 다마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둘 다 게임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다. 게이코 회장이 요이치 사장의 서른살 생일선물로 마련한 컴퓨터가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요이치 사장은 1981년 세계 최초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게이코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시대를 맞아 더욱 주목을 받는다.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6.2%에 불과한 일본에서 아내와 엄마, 투자가, 기업인의 1인4역을 해냈다. 여성 경영인으로서 출산·육아 지원제도와 일하는 방식 개혁에도 앞장서고 있다.
게이코 회장은 1200억엔(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전문 투자가이기도 하다. 운용금액이 일본 투자신탁 펀드 기준으로 상위 1.8%에 해당한다. 지난해 고에이 순익 296억엔 가운데 그가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82억엔에 달한다.
일찌감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는 물론 테슬라에 투자할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다. 2020년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 사외이사로 영입했을 정도다. 40년 지기인 손 회장을 게이코 회장은 ‘손짱(일본식 애칭)’이라고 부른다. 각각 게임 개발사업과 소트프웨어 도매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절대로 싸게는 못판다’고 버티는 게이코 회장에게 손 회장이 두 손을 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나요.
“한국은 정말 대단해요. 20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웠잖아요? 영화감독이 문화부 장관(2003년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창동 감독을 지칭)이 되는 나라구요. 지금 상태로는 일본이 한국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뭔가 하지 않으면 완전히 뒤처질 것 같습니다."
▷한국드라마를 자주 보나요
"저만의 '베스트10'을 만들어서 두 번씩 본 작품들도 있어요. 게임회사를 경영하니 공부도 됩니다. 극본이나 카메라 워크 등 일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어서 감탄합니다."
▷고에이는 한국인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던데요
"엔지니어, 컴퓨터그래픽(CG), 글로벌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에 15명의 한국인 직원(2021년 3월말 기준. 고에이 전 직원수는 1983명)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매우 우수하고 승진도 빠릅니다. 영어와 일본어 모두 능통하고, 체력적으로도 단련이 돼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강하기 때문에 한국인 직원들을 열심히 채용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경력단절녀'가 사회문제입니다.
"고에이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가능한 일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져서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어요. 육아 후 복직은 당연하고요. 우수한 여성 인재들을 놀리는 것은 손실입니다."
▷경단녀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포기하지 마세요. 교육을 받고 직장 경험이 있는 여성 인재가 일하지 않는 건 정말 아까워요. (취업이 안된다면) 사업을 해보세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며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 수도 있구요. 자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에요." ▷두 나라 모두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인데요.
"고에이는 남녀 모두 육아휴직은 100% 사용하도록 합니다.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팀은 아이가 있는 직원을 배려하도록 설득합니다. 그런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요."
▷출산과 육아지원 제도에 관심이 많나요.
"제가 여성이어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근무시간 단축, 시간외 근무와 심야근무 제한 등 출산과 육아 지원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요. 아이를 셋 나은 직원에게는 축하금으로 200만엔(약 2070만원)을 지급해요. 첫째는 10만엔, 둘째는 20만엔을 드리고요. 아이를 낳는 일은 큰 일이고 위대한 일이니까요. 모든 회사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출산율이 조금은 늘지 않을까요."
▷대부분 여성을 지원하는 제도인가요.
"신입사원이 이용할 수 있는 '학자금 변제 서포트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대출금을 5년간 무이자로 빌려주고 입사 6년차부터 3~5년간 나눠서 갚도록 하는 방식이에요. 입사하자마자 학자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면 사회에 정착할 수 없잖아요. 기업들이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면 점점 살기 좋아지고, 여성도 활약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요.
"단 6년이라도 좋으니까 정부가 아이를 전적으로 맡아서 교육과 육아를 전담하는 제도는 꼭 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홑부모 가정은 생활이 안돼요. 미래에는 이 아이들이 세금을 내잖아요."
▷여성경영인으로 성공한 비결은 뭔가요.
"비결이 따로 있는게 아니에요. (염료 도매상 시절) 먹고 살려면 남편과 함께 일해야 했어요. 창고를 정리하고, 주문 전화도 받았고요. 1명 있는 사원의 도시락을 만드는 것도 내 일이었어요. 애들이 딱했죠. 일이 늦어지면 5살이던 큰딸이 쌀밥 뿐이긴 했지만 3살짜리 동생의 밥상을 차리는 날도 있었어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써 회사를 경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여성은 원래 여성스러움과 남성다움을 둘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부족한게 가장 어려웠어요. 요리를 일주일 치 만들어 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시간을 어떻게든 유효하게 활용해야 했습니다. 남편인 요이치 사장이 병으로 입원했을 때가 가장 바빴어요. 낮에는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고 밤에는 병간호를 했어요. 매일 밤 1시간 걸려서 요리를 만들면서요.육아는 특히 힘들었구요. 초등학교 들어갈 때는 교과서와 공책, 체육복에 전부 이름을 적어 붙이고, 이런 저런 준비물을 만드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거든요. " ▷따님들과 갈등은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딸들이 과제를 도와달라고 해도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가 넘곤 했으니까요. 딸들이 입 맞춰서 일을 그만두라고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거꾸로 딸들이 가사를 돕지 않으면 안됐죠. 그래서 신문을 갖고 오면 20엔, 요리를 만들어주면 100엔 등 용돈제를 운영했어요."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뜻이 있었다기보다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는게 맞겠네요.
"그만두면 밥을 굶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여성은 강합니다.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잠을 줄여서라도 해 내거든요. 이 사회에서 여성은 사는게 힘들지만 남성은 일찍 죽잖아요. 농담삼아 '남자는 먼저 죽어서 불쌍하니까 좀 더 친절하게 돌봐 주자구요' 합니다."
▷성공한 여성 경영인으로서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요.
"부부생활도 일종의 경영이니까 조금씩 타협해야죠. 젊을 때는 경영 문제 뿐 아니라 육아 문제로도 자주 싸웠어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감각이 다르니 부딪칠 수 밖에요. 생각이 달라서 부딪치는 걸 피하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수 밖에 없어요. 이 부분은 내 생각과 좀 달라도 남편 방식에 맡기고 다른 부분은 내 방식대로 하는데 남편이 불만을 갖지 않기로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되는데 30년이 걸렸습니다."
▷투자전략과 투자종목 포트폴리오 구성을 알려주세요.
"기본 전제는 중장기 투자입니다. 매매를 단기적으로 반복하면 리스크도 매우 커집니다. 내가 입사하고 싶거나 경영해 보고 싶은 회사에 투자합니다. 테슬라나 GAFA도 내가 입사하면 엄청 힘들거 같긴 한데 그래도 정말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했어요."
▷투자 대가 워렌 버핏은 모르는 사업에는 투자를 안하는 철학으로 유명한데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신문이나 경제잡지 등을 읽으면서 스스로 분석하면 됩니다. 테슬라를 일찍 투자한 이유도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차가 반드시 주류가 될 거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일본 회사 가운데서는 신에쓰화학, 무라타제작소, 일본전산 등 세계 '톱' 부품회사를 추천합니다."
▷장기투자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인간은 향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장은 반드시 상승합니다. 물론 그 가운데 도산하는 기업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정보를 습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나요
"투자는 발레, 야구, 수영을 배우듯 어릴 때부터 해야 합니다. 어릴 때 주식으로 10만엔만 날려보면 중장기 전략으로 주식을 투자하는게 얼마나 유효한 지와 같은 다양한 투자전략을 이해하게 됩니다. 주가가 반토막 나거나 2배로 뛰는데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고요. '이 과자가 맛있으니까 이 회사 주식을 사보자' 하는 식으로 투자해보면 세상 공부도 되지요. 적은 액수라도 좋으니 어릴 때부터 세상과 직접 맞대고 주식투자를 해야 합니다."
▷별명이 '마구로(참치)'라면서요.
"그 별명 싫어하지 않아요. 항상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이거든요. 집이든 회사든 작은 장식 하나도 스스로 만들어요. 오늘도 갖고 왔어요. 삼국지의 캐릭터 디자인도 하나하나 전부 직접 확인한 것들이에요." 요코하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에리카와 게이코 고에이테크모홀딩스 회장(사진)은 최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인의 자질을 극찬했다. 동시에 우수한 한국인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게이코 회장은 남편 에리카와 요이치 사장과 함께 고에이를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끌어올린 여성 경영인이다. 삼국지, 대항해시대, 진삼국무쌍 등 전설의 명작이 고에이의 작품이다. 부부는 요이치 사장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도치기현의 지역 염료 도매상을 40년 만에 시가총액 7445억엔(약 7조6890억원·12일 기준)의 일본 2위 게임회사로 변신시켰다. 요이치 사장은 사학 명문 게이오대학 경영학과, 게이코 회장은 다마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둘 다 게임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다. 게이코 회장이 요이치 사장의 서른살 생일선물로 마련한 컴퓨터가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요이치 사장은 1981년 세계 최초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게이코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시대를 맞아 더욱 주목을 받는다.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6.2%에 불과한 일본에서 아내와 엄마, 투자가, 기업인의 1인4역을 해냈다. 여성 경영인으로서 출산·육아 지원제도와 일하는 방식 개혁에도 앞장서고 있다.
게이코 회장은 1200억엔(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전문 투자가이기도 하다. 운용금액이 일본 투자신탁 펀드 기준으로 상위 1.8%에 해당한다. 지난해 고에이 순익 296억엔 가운데 그가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82억엔에 달한다.
일찌감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는 물론 테슬라에 투자할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다. 2020년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 사외이사로 영입했을 정도다. 40년 지기인 손 회장을 게이코 회장은 ‘손짱(일본식 애칭)’이라고 부른다. 각각 게임 개발사업과 소트프웨어 도매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절대로 싸게는 못판다’고 버티는 게이코 회장에게 손 회장이 두 손을 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나요.
“한국은 정말 대단해요. 20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웠잖아요? 영화감독이 문화부 장관(2003년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창동 감독을 지칭)이 되는 나라구요. 지금 상태로는 일본이 한국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뭔가 하지 않으면 완전히 뒤처질 것 같습니다."
▷한국드라마를 자주 보나요
"저만의 '베스트10'을 만들어서 두 번씩 본 작품들도 있어요. 게임회사를 경영하니 공부도 됩니다. 극본이나 카메라 워크 등 일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어서 감탄합니다."
▷고에이는 한국인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던데요
"엔지니어, 컴퓨터그래픽(CG), 글로벌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에 15명의 한국인 직원(2021년 3월말 기준. 고에이 전 직원수는 1983명)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매우 우수하고 승진도 빠릅니다. 영어와 일본어 모두 능통하고, 체력적으로도 단련이 돼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강하기 때문에 한국인 직원들을 열심히 채용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경력단절녀'가 사회문제입니다.
"고에이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가능한 일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져서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어요. 육아 후 복직은 당연하고요. 우수한 여성 인재들을 놀리는 것은 손실입니다."
▷경단녀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포기하지 마세요. 교육을 받고 직장 경험이 있는 여성 인재가 일하지 않는 건 정말 아까워요. (취업이 안된다면) 사업을 해보세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며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 수도 있구요. 자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에요." ▷두 나라 모두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인데요.
"고에이는 남녀 모두 육아휴직은 100% 사용하도록 합니다.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팀은 아이가 있는 직원을 배려하도록 설득합니다. 그런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요."
▷출산과 육아지원 제도에 관심이 많나요.
"제가 여성이어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근무시간 단축, 시간외 근무와 심야근무 제한 등 출산과 육아 지원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요. 아이를 셋 나은 직원에게는 축하금으로 200만엔(약 2070만원)을 지급해요. 첫째는 10만엔, 둘째는 20만엔을 드리고요. 아이를 낳는 일은 큰 일이고 위대한 일이니까요. 모든 회사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출산율이 조금은 늘지 않을까요."
▷대부분 여성을 지원하는 제도인가요.
"신입사원이 이용할 수 있는 '학자금 변제 서포트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대출금을 5년간 무이자로 빌려주고 입사 6년차부터 3~5년간 나눠서 갚도록 하는 방식이에요. 입사하자마자 학자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면 사회에 정착할 수 없잖아요. 기업들이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면 점점 살기 좋아지고, 여성도 활약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요.
"단 6년이라도 좋으니까 정부가 아이를 전적으로 맡아서 교육과 육아를 전담하는 제도는 꼭 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홑부모 가정은 생활이 안돼요. 미래에는 이 아이들이 세금을 내잖아요."
▷여성경영인으로 성공한 비결은 뭔가요.
"비결이 따로 있는게 아니에요. (염료 도매상 시절) 먹고 살려면 남편과 함께 일해야 했어요. 창고를 정리하고, 주문 전화도 받았고요. 1명 있는 사원의 도시락을 만드는 것도 내 일이었어요. 애들이 딱했죠. 일이 늦어지면 5살이던 큰딸이 쌀밥 뿐이긴 했지만 3살짜리 동생의 밥상을 차리는 날도 있었어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써 회사를 경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여성은 원래 여성스러움과 남성다움을 둘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부족한게 가장 어려웠어요. 요리를 일주일 치 만들어 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시간을 어떻게든 유효하게 활용해야 했습니다. 남편인 요이치 사장이 병으로 입원했을 때가 가장 바빴어요. 낮에는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고 밤에는 병간호를 했어요. 매일 밤 1시간 걸려서 요리를 만들면서요.육아는 특히 힘들었구요. 초등학교 들어갈 때는 교과서와 공책, 체육복에 전부 이름을 적어 붙이고, 이런 저런 준비물을 만드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거든요. " ▷따님들과 갈등은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딸들이 과제를 도와달라고 해도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가 넘곤 했으니까요. 딸들이 입 맞춰서 일을 그만두라고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거꾸로 딸들이 가사를 돕지 않으면 안됐죠. 그래서 신문을 갖고 오면 20엔, 요리를 만들어주면 100엔 등 용돈제를 운영했어요."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뜻이 있었다기보다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는게 맞겠네요.
"그만두면 밥을 굶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여성은 강합니다.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잠을 줄여서라도 해 내거든요. 이 사회에서 여성은 사는게 힘들지만 남성은 일찍 죽잖아요. 농담삼아 '남자는 먼저 죽어서 불쌍하니까 좀 더 친절하게 돌봐 주자구요' 합니다."
▷성공한 여성 경영인으로서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요.
"부부생활도 일종의 경영이니까 조금씩 타협해야죠. 젊을 때는 경영 문제 뿐 아니라 육아 문제로도 자주 싸웠어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감각이 다르니 부딪칠 수 밖에요. 생각이 달라서 부딪치는 걸 피하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수 밖에 없어요. 이 부분은 내 생각과 좀 달라도 남편 방식에 맡기고 다른 부분은 내 방식대로 하는데 남편이 불만을 갖지 않기로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되는데 30년이 걸렸습니다."
▷투자전략과 투자종목 포트폴리오 구성을 알려주세요.
"기본 전제는 중장기 투자입니다. 매매를 단기적으로 반복하면 리스크도 매우 커집니다. 내가 입사하고 싶거나 경영해 보고 싶은 회사에 투자합니다. 테슬라나 GAFA도 내가 입사하면 엄청 힘들거 같긴 한데 그래도 정말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했어요."
▷투자 대가 워렌 버핏은 모르는 사업에는 투자를 안하는 철학으로 유명한데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신문이나 경제잡지 등을 읽으면서 스스로 분석하면 됩니다. 테슬라를 일찍 투자한 이유도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차가 반드시 주류가 될 거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일본 회사 가운데서는 신에쓰화학, 무라타제작소, 일본전산 등 세계 '톱' 부품회사를 추천합니다."
▷장기투자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인간은 향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장은 반드시 상승합니다. 물론 그 가운데 도산하는 기업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정보를 습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나요
"투자는 발레, 야구, 수영을 배우듯 어릴 때부터 해야 합니다. 어릴 때 주식으로 10만엔만 날려보면 중장기 전략으로 주식을 투자하는게 얼마나 유효한 지와 같은 다양한 투자전략을 이해하게 됩니다. 주가가 반토막 나거나 2배로 뛰는데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고요. '이 과자가 맛있으니까 이 회사 주식을 사보자' 하는 식으로 투자해보면 세상 공부도 되지요. 적은 액수라도 좋으니 어릴 때부터 세상과 직접 맞대고 주식투자를 해야 합니다."
▷별명이 '마구로(참치)'라면서요.
"그 별명 싫어하지 않아요. 항상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이거든요. 집이든 회사든 작은 장식 하나도 스스로 만들어요. 오늘도 갖고 왔어요. 삼국지의 캐릭터 디자인도 하나하나 전부 직접 확인한 것들이에요." 요코하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