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고에이 삼국지' 40년 神話…여장부가 지휘, 시총 7조원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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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에리카와 게이코 고에이테크모홀딩스 CEO
게임 '고에이 삼국지' 40년 神話
여장부가 지휘, 시총 7조원 일궈
일본 게임업계 2위로 우뚝
'40년 지기' 손정의가 인정한 투자자
게임 '고에이 삼국지' 40년 神話
여장부가 지휘, 시총 7조원 일궈
일본 게임업계 2위로 우뚝
'40년 지기' 손정의가 인정한 투자자
“한국인은 뭘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우수한 건가요? 교육받고 직장 생활을 경험한 여성 인재가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되는 건 정말 손실이죠. 차라리 창업을 하세요.”
에리카와 게이코 일본 고에이테크모홀딩스 회장은 최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인의 자질을 극찬했다. 동시에 우수한 한국인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게이코 회장은 남편 에리카와 요이치 사장과 함께 고에이를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키운 여성 경영인이다. ‘삼국지’ ‘대항해시대’ ‘진삼국무쌍’ 등 전설의 명작이 고에이 작품이다. 부부는 요이치 사장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도치기현의 지역 염료 도매상을 40년 만에 시가총액 7445억엔(약 7조6890억원·12일 기준) 규모의 일본 2위 게임회사로 변신시켰다.
요이치 사장은 사학 명문 게이오대 경영학과, 게이코 회장은 다마미술대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둘 다 게임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게이코 회장이 요이치 사장의 30세 생일선물로 마련한 컴퓨터가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놨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요이치 사장은 1981년 세계 최초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게이코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시대를 맞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6.2%에 불과한 일본에서 아내와 엄마, 투자자, 기업인의 1인4역을 하고 있어서다. 여성 경영인으로서 출산·육아 지원제도와 일하는 방식 개혁에도 앞장서고 있다.
게이코 회장은 1200억엔의 자금을 굴리는 전문 투자자이기도 하다. 운용금액이 일본 투자신탁펀드 기준으로 상위 2%에 해당한다. 지난해 고에이의 순이익 296억엔 가운데 그가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82억엔에 달한다.
일찌감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는 물론 테슬라에 투자했을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다. 2020년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40년 지기인 손 회장을 게이코 회장은 ‘손짱(일본식 애칭)’이라고 부른다. 각각 게임 개발사업과 소트프웨어 도매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절대로 싸게는 못 판다”고 버티는 게이코 회장에게 손 회장이 두 손을 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 관심이 많나요.
“한국은 정말 대단해요. 20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웠잖아요. 저도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해 강의해달라며) 강사로 초빙된 적이 있어요. 영화감독이 문화부 장관(2003년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을 지칭)이 되는 나라고요. 지금 상태로는 일본이 한국에 크게 뒤처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자주 봅니까.
“저만의 ‘베스트10’을 만들어서 두 번씩 본 작품들도 있어요. 게임회사를 경영하니 공부도 됩니다. 극본이나 카메라 워크 등에서 일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어서 감탄합니다.”
▷고에이는 한국인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엔지니어, 컴퓨터그래픽(CG) 담당, 글로벌 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에 15명의 한국인 직원(지난해 3월 말 기준, 고에이 직원은 1983명)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매우 우수하고 승진도 빠릅니다. 영어와 일본어 모두 능통하고 매우 성실해서 한국인 직원을 열심히 채용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가 사회문제입니다.
“우수한 여성 인재들을 놀리는 것은 손실입니다. 고에이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일거리를 만들어줍니다.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져서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어요. 육아 후 복직은 당연하고요.”
▷경단녀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포기하지 마세요. 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을 경험한 여성 인재가 일하지 않는 건 정말 아까워요. (취업이 안 된다면) 사업을 해보세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며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 수도 있고요. 자금이 없어도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에요.”
▷출산과 육아지원 제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여성이어서 그런 부분에 신경쓰게 됩니다. 근로시간 단축, 시간외 근로와 심야근무 제한 등 출산과 육아지원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요. 아이를 셋 낳은 직원에게는 축하금으로 200만엔(약 2070만원)을 줍니다. 첫째는 10만엔, 둘째는 20만엔을 지원하고요.”
▷남성 위주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여성은 원래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둘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시간이 부족한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남편인 요이치 사장이 병으로 입원했을 때가 가장 바빴죠. 낮에는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고 밤에는 병간호를 했어요.”
▷성공한 여성 경영인으로서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해나갔나요.
“부부 생활도 일종의 경영이니까 조금씩 타협해야죠. 젊을 때는 자주 싸웠어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감각이 다르니 부딪칠 수밖에요. 생각이 달라서 부딪치는 걸 피하려면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해요. 그렇게 되는 데 20년이 걸렸습니다.”
▷투자 전략과 투자 종목 포트폴리오 구성이 궁금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중장기 투자입니다. 매매를 단기적으로 반복하면 리스크도 매우 커집니다. 내가 입사하고 싶거나 경영해보고 싶은 회사에 투자합니다. 엔비디아 테슬라 GAFA도 제가 입사하면 엄청 힘들 것 같긴 해도 정말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했어요.”
▷워런 버핏은 모르는 사업엔 투자하지 않는 철학으로 유명한데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신문과 경제잡지 등을 읽으면서 스스로 분석하면 됩니다. 테슬라에 일찍 투자한 이유도 머지않은 미래에 전기자동차가 반드시 주류가 될 거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일본 회사 중에선 신에쓰화학 무라타제작소 일본전산 등 세계 ‘톱’ 부품회사를 추천합니다.”
▷투자에 대해 조언해주십시오.
“적은 액수라도 좋으니 어릴 때부터 세상과 직접 맞대고 주식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가가 반토막나거나 두 배로 뛰는 데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고 중장기 전략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게 얼마나 유용한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 과자가 맛있으니까 이 회사 주식을 사보자’ 하는 식으로 투자해보면 세상 공부도 되죠.”
요코하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에리카와 게이코 일본 고에이테크모홀딩스 회장은 최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인의 자질을 극찬했다. 동시에 우수한 한국인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게이코 회장은 남편 에리카와 요이치 사장과 함께 고에이를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키운 여성 경영인이다. ‘삼국지’ ‘대항해시대’ ‘진삼국무쌍’ 등 전설의 명작이 고에이 작품이다. 부부는 요이치 사장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도치기현의 지역 염료 도매상을 40년 만에 시가총액 7445억엔(약 7조6890억원·12일 기준) 규모의 일본 2위 게임회사로 변신시켰다.
요이치 사장은 사학 명문 게이오대 경영학과, 게이코 회장은 다마미술대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둘 다 게임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게이코 회장이 요이치 사장의 30세 생일선물로 마련한 컴퓨터가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놨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요이치 사장은 1981년 세계 최초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게이코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시대를 맞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6.2%에 불과한 일본에서 아내와 엄마, 투자자, 기업인의 1인4역을 하고 있어서다. 여성 경영인으로서 출산·육아 지원제도와 일하는 방식 개혁에도 앞장서고 있다.
게이코 회장은 1200억엔의 자금을 굴리는 전문 투자자이기도 하다. 운용금액이 일본 투자신탁펀드 기준으로 상위 2%에 해당한다. 지난해 고에이의 순이익 296억엔 가운데 그가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82억엔에 달한다.
일찌감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는 물론 테슬라에 투자했을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다. 2020년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40년 지기인 손 회장을 게이코 회장은 ‘손짱(일본식 애칭)’이라고 부른다. 각각 게임 개발사업과 소트프웨어 도매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절대로 싸게는 못 판다”고 버티는 게이코 회장에게 손 회장이 두 손을 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 관심이 많나요.
“한국은 정말 대단해요. 20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웠잖아요. 저도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해 강의해달라며) 강사로 초빙된 적이 있어요. 영화감독이 문화부 장관(2003년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을 지칭)이 되는 나라고요. 지금 상태로는 일본이 한국에 크게 뒤처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자주 봅니까.
“저만의 ‘베스트10’을 만들어서 두 번씩 본 작품들도 있어요. 게임회사를 경영하니 공부도 됩니다. 극본이나 카메라 워크 등에서 일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어서 감탄합니다.”
▷고에이는 한국인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엔지니어, 컴퓨터그래픽(CG) 담당, 글로벌 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에 15명의 한국인 직원(지난해 3월 말 기준, 고에이 직원은 1983명)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매우 우수하고 승진도 빠릅니다. 영어와 일본어 모두 능통하고 매우 성실해서 한국인 직원을 열심히 채용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가 사회문제입니다.
“우수한 여성 인재들을 놀리는 것은 손실입니다. 고에이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일거리를 만들어줍니다.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져서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어요. 육아 후 복직은 당연하고요.”
▷경단녀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포기하지 마세요. 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을 경험한 여성 인재가 일하지 않는 건 정말 아까워요. (취업이 안 된다면) 사업을 해보세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며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 수도 있고요. 자금이 없어도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에요.”
▷출산과 육아지원 제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여성이어서 그런 부분에 신경쓰게 됩니다. 근로시간 단축, 시간외 근로와 심야근무 제한 등 출산과 육아지원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요. 아이를 셋 낳은 직원에게는 축하금으로 200만엔(약 2070만원)을 줍니다. 첫째는 10만엔, 둘째는 20만엔을 지원하고요.”
▷남성 위주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여성은 원래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둘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시간이 부족한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남편인 요이치 사장이 병으로 입원했을 때가 가장 바빴죠. 낮에는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고 밤에는 병간호를 했어요.”
▷성공한 여성 경영인으로서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해나갔나요.
“부부 생활도 일종의 경영이니까 조금씩 타협해야죠. 젊을 때는 자주 싸웠어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감각이 다르니 부딪칠 수밖에요. 생각이 달라서 부딪치는 걸 피하려면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해요. 그렇게 되는 데 20년이 걸렸습니다.”
▷투자 전략과 투자 종목 포트폴리오 구성이 궁금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중장기 투자입니다. 매매를 단기적으로 반복하면 리스크도 매우 커집니다. 내가 입사하고 싶거나 경영해보고 싶은 회사에 투자합니다. 엔비디아 테슬라 GAFA도 제가 입사하면 엄청 힘들 것 같긴 해도 정말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했어요.”
▷워런 버핏은 모르는 사업엔 투자하지 않는 철학으로 유명한데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신문과 경제잡지 등을 읽으면서 스스로 분석하면 됩니다. 테슬라에 일찍 투자한 이유도 머지않은 미래에 전기자동차가 반드시 주류가 될 거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일본 회사 중에선 신에쓰화학 무라타제작소 일본전산 등 세계 ‘톱’ 부품회사를 추천합니다.”
▷투자에 대해 조언해주십시오.
“적은 액수라도 좋으니 어릴 때부터 세상과 직접 맞대고 주식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가가 반토막나거나 두 배로 뛰는 데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고 중장기 전략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게 얼마나 유용한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 과자가 맛있으니까 이 회사 주식을 사보자’ 하는 식으로 투자해보면 세상 공부도 되죠.”
요코하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