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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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반품' 딜레마에 빠졌다. 온라인 매출을 늘리기 위해 반품 무료 서비스를 확대한 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반품 상품을 회수해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해당 상품을 제공하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반품 비용만 7610억달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미소매협회(NRF)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반품 비용이 2020년보다 78% 상승한 7610억달러(911조7000억원)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소매업체들이 판 상품의 16.6%가 반품됐다. 2020년 10.6%보다 6% 포인트 늘었다.

반품 상품은 연말 쇼핑 시즌인 11월과 12월에 집중됐다. 이 기간 반품된 제품의 금액은 1580억달러로 1년 전보다 5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14.5%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반품 상품 비용이 더 가파르게 늘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반품이 급증한 것은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늘어서다. 어도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성수기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매출은 2019년보다 43.5% 급증했다.

온라인 상품 매출의 20%를 넘는 2180억달러 어치 물품이 반품을 통해 기업에 되돌아온 것으로 NRF는 집계했다. 마크 매튜 NRF 애널리스트는 "마진이 적은 업종에선 반품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브라케팅' 소비자 늘어난 것도 반품 증가 원인

온라인 판매 제품은 매장 판매 제품보다 반품률이 높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사진만 보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점에 가서 옷을 입어보는 것 대신 집으로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상품을 주문한 뒤 반품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도 기업들의 반품 부담을 높이고 있다. 같은 제품을 여러 사이즈나 색상으로 구매하는 것을 지칭하는 '브라케팅(Bracketing·함께 묶어 쇼핑하기)'은 새로운 온라인 쇼핑 문화로 자리잡았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의 상당수는 반품 비용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들은 물류 회사에 이를 아웃소싱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반품이 늘면서 소비자의 집에서 물건을 수거해 물류 창고로 가져온 뒤 재포장 하는 물류기업들의 고충이 커지는 이유다.

미 물류회사인 고TRG의 센더 사미스 최고경영자(CEO)는 "노동력이 부족한 데다 반품이 늘면서 올해 화물을 분류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소보다 15% 정도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반품처리 업체인 옵토로는 올해 반품 처리 비용이 제품 금액의 6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59%보다 늘었다.

반품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기업들은 충성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반품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반품 가능 기간을 구매 후 30일에서 3개월로 늘렸다. 기업들의 반품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늘어난 반품 탓에 환경 비용은 커졌다. 제품 상당수가 버려지기 때문이다. 옵토로는 반품 탓에 2020년에만 58억파운드에 이르는 폐기물이 나온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기업들은 반품 상품 회수를 포기하고 있다. 조엘 바인스 알릭스파트너 소매사업부 공동 대표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공하거나 기부를 요청하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리퍼·반품물류 시장은 커져

반품 제품이 상점까지 돌아와 신제품처럼 판매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반품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데 이 기간 주력상품이 바뀌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반품된 상품은 재분류 시설로 보내진 뒤 판매 가능 여부를 검토한다. 이후 세척, 재포장 등의 단계를 거친다. 최근엔 이를 헐값에 판매하는 리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반품 전문 물류 시장도 커지고 있다. 공급망 관리업체인 GXO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반품 물류 매출이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UPS는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6000만개 넘는 반품 물류를 처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5500만건보다 크게 늘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