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에 쫓기는…파월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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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급반등은 26일(현지시간) 개장 전부터 뉴욕 증시의 반등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MS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한 매출 517억 달러, 이익은 21% 상승한 188억 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를 넘었지만,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6% 이상 급락했었습니다. 신성장동력인 애저 클라우드 매출이 월가 예상(48%)보다 살짝 적은 46%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오후 6시 10분께 MS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분기에 애저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매출을 485억∼493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주가는 돌연 5% 이상 폭등했고, 이는 이날 정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4분기 주당이익(EPS)이 2.27달러로 월가 예상(1.94달러)보다 좋았고, 반도체 수요가 강하다면서 월가 추정을 웃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시장 예상을 넘는 4분기 자동차 판매량(31만대)을 공개했던 테슬라가 이날 장 마감 뒤 실적 공개에 나서는 점도 기술주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또 전날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이어 이날 골드만삭스, 씨티에서도 저가 매수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글로벌 주식 전략가(런던)는 "이 정도 수준에서 더 이상의 심각한 하락은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씨티의 로버트 버클랜드 전략가는 "실질금리가 안정되면서 성장주의 급격한 하향조정은 느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전날까지 S&P500지수는 9.6%, 나스닥은 16.5% 급락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단 한 번도 10% 이상 조정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 단 15거래일 만에 이렇게 내린 겁니다.
이에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비둘기파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들이 많았습니다. 일부에선 증시가 이렇게 폭락하면 경제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협박성(?) 전망도 있었고, 일부에선 "워낙 매파적 관측이 많았던 만큼 올해 기준금리 네 번 인상, 7월 대차대조표 축소 발표만 나와도 안도 랠리가 나올 것"이란 주장도 있었습니다. JP모간은 이날 아침 데일리를 통해 "Fed는 더 비둘기파적인 어조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주식 반등을 촉발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기대치가 너무 매파적이어서 긍정적인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낮다고 생각한다. 지난 2~4주 동안 경제 데이터 둔화는 FOMC가 주의해야 할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도 괜찮았습니다. 미국의 1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보다 11.9% 늘어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소매 재고도 12월에 4.4% 증가해 예상(1.5% 증가)을 넘어섰습니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이날 오전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7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었었습니다. 이는 2014년 10월 13일 이후 최고가입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 거래가 시작되자 나스닥은 2.3% 폭등한 채 출발했습니다. S&P500은 1.38%, 다우는 0.71% 올랐습니다.
오전 10시에는 FOMC 결과가 비둘기파적일 것이라는 상상력을 부추기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던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한 것입니다. BOC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보다는 심각하지는 않지만 1분기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습니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91년 이후 최고인 4.8% 상승했고,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70% 정도로 관측해왔습니다.
다만 BoC는 3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올릴 것이란 의도를 강하게 밝혔습니다. ING는 "캐나다의 첫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BoC를 주저하게 만든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FOMC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성명서 내용은 시장 예상과 똑같았습니다. 기준금리는 0~0.25%로 동결했지만, 고용개선과 '목표를 훨씬 웃도는'(well above)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곧'(Soon)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산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은 예정대로 3월 초에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성명서가 나온 직후 시장은 상승세를 가속했습니다. 나스닥의 상승세는 3%를 넘었습니다. 미 국채 금리도 소폭 상승했습니다. 2년물 금리는 1.04% 수준을 나타냈고, 국채 10년물도 1.8%를 다시 돌파해 1.81% 수준에 거래됐습니다. 오후 2시 30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을 시작하자 채권 금리부터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 시작 17분 만에 다우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만큼 파월 의장의 발언은 매파적이었습니다. 그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라면서도 매번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파월은 미국 경제는 강력하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과거와 다른 위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선 금리 인상 이후에 시작하겠다는 정도만 밝혔습니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① 3월에 금리 올린다
성명서에서는 '곧'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Fed는 3월에 금리를 올리는 것 마음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최대 고용'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FOMC 참가자들의 견해이자 개인적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금리는 어떻게, 얼마나 올리나?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얼마나 올릴지가 관건입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차갑게하지 않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당한 여지(room)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증시가 내리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50bp를 올릴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지금 말해줄 수 있는 건 과거 금리 인상 사이클 때와는 다른 경기 확장기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은 우리가 정책을 펼 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인하지 않은 겁니다.
그는 지난 금리 인상 주기가 시작됐던 2015년보다 미국 경제가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높다고 부연해서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또 매번 회의마다 금리 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런 불확실성 속에 정책 경로를 미리 예견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라면서도 "정책 결정에는 겸손함이 필요하고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지속한다는 위험을 포함해 전체적 결과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민첩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죠.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대부분 FOMC 위원들과 나는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고 공급망 혼란 등에 대해서도 "진전이 없다. 많은 위험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가격 인상은 이제 더 넓은 범위의 상품과 서비스로 퍼졌다. 임금도 빠르게 인상되었으며,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속적인 실질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임금-물가 소용돌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③ 대차대조표 축소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차대조표가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상당한 양이 감축되어야 한다. 그 과정이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하기를 원한다. 시점 속도 등은 결정하지 않았으며 다음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Fed는 대차대조표에 쏠리는 관심을 반영해 '대차대조표 축소 원칙'이라는 성명을 따로 발표했습니다.
-금리가 가장 주요한 통화정책 도구다
-양적 긴축(QT)은 금리 인상 이후에 한다
-한도를 두고 예측 가능한 감축을 한다
-충분한 보유량을 갖는 것을 목표한다
-주로 국채를 보유한다
월가에서는 7월보다 이른 시점에 시작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④ 주가 폭락 걱정? “안 한다”
증시가 폭락하면 Fed가 긴축을 늦추거나 중단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기대를 통해 작동한다. 지금의 금융 여건은 우리가 밝혀온 내용을 반영한다. 우리가 가진 궁극적인 초점은 실물 경제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산 가격은 다소 상승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우려를 많이 했지만, 증시 폭락에 대해선 별다른 우려를 내놓지 않은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긴축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통화정책이 상당히 덜 완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면 우리는 이에 대응할 것입니다. 그 대신 인플레이션이 더 높은 수준이나 더 지속하는 것을 보게 되면 여기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은 "최초의 금리 인상이 3월 중순에 열리는 차기 FOMC 회의에서 발표되고 그 직후 대차대조표가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이 오늘 더욱 분명해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슈왑은 "역사적으로 첫 금리 인상에 대한 증시의 행동은 엇갈렸다. 2차 대전 이후 시대에는 1년간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Fed가 금리를 올릴 속도에 따라 S&P500 성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대차대조표를 정책 수단의 조합에 추가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변동성의 급증과 상당한 약세로 시작했다. 가까운 장래의 전망도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올해 최소 네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며, 더 늘어날 수 있다. 7~8월에 대차대조표 축소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스무센은 "올해 4차례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다섯 번 인상도 가능하다.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적용되기까지 약 6개월의 시차가 있지만 이미 기대에 따라 금융 상황이 사실상 긴축되고 있으며, 2~3년간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곧 적절할 것’이라는 발표는 3월 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것이라는 건 이르면 다음 회의에서도 발표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더 매파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환 회사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연설을 들은 후 추가 금리 인상의 위험이 커졌다는 게 분명해졌고, 월스트리트의 이른 랠리는 무너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재니몽고메리스캇의 마크 러스치니 수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제 한바탕 난리가 끝났고 이제 다시 강세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8%, S&P500 지수는 0.15% 내렸고 나스닥은 0.02% 강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의 경우 800포인트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채권 금리는 폭등해서 10년물 금리는 전날 1.782%에서 이날 1.849%까지 올랐습니다. 2년물은 전날 1.016%에서 이날 1.147%로 마감됐습니다. 전날에는 세 번 인상을 반영했다면, 이제는 네 번 인상을 상당폭 반영하는 겁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인 달러 값도 ICE 인덱스 기준으로 96.5까지 올랐습니다.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서는 3월 FOMC에서 50bp 인상할 가능성을 12.4% 반영했습니다. 전날 5.8%에서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세 번(27.7%), 네 번(32.8%), 다섯 번(19.7%), 여섯 번(5.3%) 금리를 올릴 것으로 베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MS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한 매출 517억 달러, 이익은 21% 상승한 188억 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를 넘었지만,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6% 이상 급락했었습니다. 신성장동력인 애저 클라우드 매출이 월가 예상(48%)보다 살짝 적은 46%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오후 6시 10분께 MS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분기에 애저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매출을 485억∼493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주가는 돌연 5% 이상 폭등했고, 이는 이날 정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4분기 주당이익(EPS)이 2.27달러로 월가 예상(1.94달러)보다 좋았고, 반도체 수요가 강하다면서 월가 추정을 웃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시장 예상을 넘는 4분기 자동차 판매량(31만대)을 공개했던 테슬라가 이날 장 마감 뒤 실적 공개에 나서는 점도 기술주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또 전날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이어 이날 골드만삭스, 씨티에서도 저가 매수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글로벌 주식 전략가(런던)는 "이 정도 수준에서 더 이상의 심각한 하락은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씨티의 로버트 버클랜드 전략가는 "실질금리가 안정되면서 성장주의 급격한 하향조정은 느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전날까지 S&P500지수는 9.6%, 나스닥은 16.5% 급락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단 한 번도 10% 이상 조정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 단 15거래일 만에 이렇게 내린 겁니다.
이에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비둘기파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들이 많았습니다. 일부에선 증시가 이렇게 폭락하면 경제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협박성(?) 전망도 있었고, 일부에선 "워낙 매파적 관측이 많았던 만큼 올해 기준금리 네 번 인상, 7월 대차대조표 축소 발표만 나와도 안도 랠리가 나올 것"이란 주장도 있었습니다. JP모간은 이날 아침 데일리를 통해 "Fed는 더 비둘기파적인 어조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주식 반등을 촉발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기대치가 너무 매파적이어서 긍정적인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낮다고 생각한다. 지난 2~4주 동안 경제 데이터 둔화는 FOMC가 주의해야 할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도 괜찮았습니다. 미국의 1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보다 11.9% 늘어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소매 재고도 12월에 4.4% 증가해 예상(1.5% 증가)을 넘어섰습니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이날 오전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7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었었습니다. 이는 2014년 10월 13일 이후 최고가입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 거래가 시작되자 나스닥은 2.3% 폭등한 채 출발했습니다. S&P500은 1.38%, 다우는 0.71% 올랐습니다.
오전 10시에는 FOMC 결과가 비둘기파적일 것이라는 상상력을 부추기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던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한 것입니다. BOC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보다는 심각하지는 않지만 1분기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습니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91년 이후 최고인 4.8% 상승했고,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70% 정도로 관측해왔습니다.
다만 BoC는 3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올릴 것이란 의도를 강하게 밝혔습니다. ING는 "캐나다의 첫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BoC를 주저하게 만든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FOMC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성명서 내용은 시장 예상과 똑같았습니다. 기준금리는 0~0.25%로 동결했지만, 고용개선과 '목표를 훨씬 웃도는'(well above)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곧'(Soon)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산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은 예정대로 3월 초에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성명서가 나온 직후 시장은 상승세를 가속했습니다. 나스닥의 상승세는 3%를 넘었습니다. 미 국채 금리도 소폭 상승했습니다. 2년물 금리는 1.04% 수준을 나타냈고, 국채 10년물도 1.8%를 다시 돌파해 1.81% 수준에 거래됐습니다. 오후 2시 30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을 시작하자 채권 금리부터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 시작 17분 만에 다우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만큼 파월 의장의 발언은 매파적이었습니다. 그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라면서도 매번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파월은 미국 경제는 강력하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과거와 다른 위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선 금리 인상 이후에 시작하겠다는 정도만 밝혔습니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① 3월에 금리 올린다
성명서에서는 '곧'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Fed는 3월에 금리를 올리는 것 마음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최대 고용'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FOMC 참가자들의 견해이자 개인적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금리는 어떻게, 얼마나 올리나?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얼마나 올릴지가 관건입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차갑게하지 않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당한 여지(room)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증시가 내리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50bp를 올릴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지금 말해줄 수 있는 건 과거 금리 인상 사이클 때와는 다른 경기 확장기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은 우리가 정책을 펼 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인하지 않은 겁니다.
그는 지난 금리 인상 주기가 시작됐던 2015년보다 미국 경제가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높다고 부연해서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또 매번 회의마다 금리 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런 불확실성 속에 정책 경로를 미리 예견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라면서도 "정책 결정에는 겸손함이 필요하고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지속한다는 위험을 포함해 전체적 결과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민첩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죠.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대부분 FOMC 위원들과 나는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고 공급망 혼란 등에 대해서도 "진전이 없다. 많은 위험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가격 인상은 이제 더 넓은 범위의 상품과 서비스로 퍼졌다. 임금도 빠르게 인상되었으며,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속적인 실질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임금-물가 소용돌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③ 대차대조표 축소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차대조표가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상당한 양이 감축되어야 한다. 그 과정이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하기를 원한다. 시점 속도 등은 결정하지 않았으며 다음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Fed는 대차대조표에 쏠리는 관심을 반영해 '대차대조표 축소 원칙'이라는 성명을 따로 발표했습니다.
-금리가 가장 주요한 통화정책 도구다
-양적 긴축(QT)은 금리 인상 이후에 한다
-한도를 두고 예측 가능한 감축을 한다
-충분한 보유량을 갖는 것을 목표한다
-주로 국채를 보유한다
월가에서는 7월보다 이른 시점에 시작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④ 주가 폭락 걱정? “안 한다”
증시가 폭락하면 Fed가 긴축을 늦추거나 중단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기대를 통해 작동한다. 지금의 금융 여건은 우리가 밝혀온 내용을 반영한다. 우리가 가진 궁극적인 초점은 실물 경제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산 가격은 다소 상승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우려를 많이 했지만, 증시 폭락에 대해선 별다른 우려를 내놓지 않은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긴축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통화정책이 상당히 덜 완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면 우리는 이에 대응할 것입니다. 그 대신 인플레이션이 더 높은 수준이나 더 지속하는 것을 보게 되면 여기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은 "최초의 금리 인상이 3월 중순에 열리는 차기 FOMC 회의에서 발표되고 그 직후 대차대조표가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이 오늘 더욱 분명해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슈왑은 "역사적으로 첫 금리 인상에 대한 증시의 행동은 엇갈렸다. 2차 대전 이후 시대에는 1년간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Fed가 금리를 올릴 속도에 따라 S&P500 성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대차대조표를 정책 수단의 조합에 추가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변동성의 급증과 상당한 약세로 시작했다. 가까운 장래의 전망도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올해 최소 네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며, 더 늘어날 수 있다. 7~8월에 대차대조표 축소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스무센은 "올해 4차례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다섯 번 인상도 가능하다.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적용되기까지 약 6개월의 시차가 있지만 이미 기대에 따라 금융 상황이 사실상 긴축되고 있으며, 2~3년간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곧 적절할 것’이라는 발표는 3월 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것이라는 건 이르면 다음 회의에서도 발표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더 매파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환 회사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연설을 들은 후 추가 금리 인상의 위험이 커졌다는 게 분명해졌고, 월스트리트의 이른 랠리는 무너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재니몽고메리스캇의 마크 러스치니 수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제 한바탕 난리가 끝났고 이제 다시 강세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8%, S&P500 지수는 0.15% 내렸고 나스닥은 0.02% 강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의 경우 800포인트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채권 금리는 폭등해서 10년물 금리는 전날 1.782%에서 이날 1.849%까지 올랐습니다. 2년물은 전날 1.016%에서 이날 1.147%로 마감됐습니다. 전날에는 세 번 인상을 반영했다면, 이제는 네 번 인상을 상당폭 반영하는 겁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인 달러 값도 ICE 인덱스 기준으로 96.5까지 올랐습니다.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서는 3월 FOMC에서 50bp 인상할 가능성을 12.4% 반영했습니다. 전날 5.8%에서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세 번(27.7%), 네 번(32.8%), 다섯 번(19.7%), 여섯 번(5.3%) 금리를 올릴 것으로 베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