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주커(56) 미국 CNN 방송 사장이 고위급 임원과의 사내 연애를 숨겼다가 들켜 사임했다. 상대는 열 살 이상 연하의 부사장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주커 사장은 전직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자신과 동료 임원의 관계가 드러나자 사임을 결정, 임직원들에게 메모를 남겨 이를 알렸다.

주커 사장은 "크리스 쿠오모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20년 넘게 함께 일한 가장 가까운 동료와 합의 하에 맺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동료와의 합의된 관계를 미리 공개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물러난다. 내가 잘못했다"며 "내 임기가 다른 식으로 끝나기를 바랐지만, 나는 (CNN에서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고 덧붙였다.


주커 사장과 특별한 관계로 지목된 동료는 앨리슨 골러스트 CNN 수석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다.

골러스트 부사장 역시 이와 관련해 메모를 통해 "제프와 난 20년 넘게 가까운 친구이자 직업상 파트너였다"면서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 우리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적당한 시기에 관계를 밝히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주커 사장과 골러스트 부사장은 CNN 이전 NBC에서부터 20년 이상 함께 일해왔다. NBC유니버설 최고경영자 출신인 주커는 2013년 CNN 사장으로 옮긴 뒤, CNN 신임 임원으로 골러스트를 가장 먼저 스카우트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커 사장과 골러스트 부사장은 모두 이혼한 상태다. 두 사람의 관계가 불륜이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한편, 주커 사장과 달리 골러스트 부사장은 CNN에 남기로 했다. CNN은 갑작스러운 사장 공석으로 골러스트를 포함한 부사장과 임원들 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향후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 출범에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하고 있다. 주커 사장은 워너미디어의 뉴스·스포츠부문 의장으로 그간 이 서비스에 공을 들여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