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칩 부족 사태가 불거진 이후 반도체 자립에 나선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움직임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8일 430억유로(약 59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 등이 담긴 EU 반도체칩법을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고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공급량의 20%를 유럽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반도체 칩은 국제 기술 경쟁의 중심에 있다”며 “이 같은 목표는 국제적 수요 급증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반도체 생산량을 네 배로 늘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U 국가별로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연구·설계·시험 능력을 서로 연결하고 EU와 개별 회원국의 투자 규모를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반도체 칩 없이는 디지털 전환도, 녹색 전환도, 기술 리더십도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 속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520억달러(약 62조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육성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U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EU 반도체칩법을 통해 미국의 투자 규모와 맞먹는 투자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법안은 EU 회원국과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 적용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