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0년래 최고가…침공 위협만으로도 식량 가격 변동성 확대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하면 중동·북아프리카 식량난 '불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경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심각한 식량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만으로도 해당 지역의 식량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러시아가 전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 역시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식료품 가격으로 고통받는 중동, 북아프리카는 공급망 차질에 따른 주요 품목 가격 급등에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식량 가격은 10년 내 최고로, 2010년 말 시작된 '아랍의 봄' 시절에 비견될 정도다.

아비 에테파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은 "잠정적 충돌에 대한 우려 탓에 지난 며칠 사이에도 시장에 변동성이 있었다"면서 "곡물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량 가격이 이미 높은데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중동과 아프리카 주민이 더욱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에서도 밀 가격 인상을 걱정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레바논에 50개의 지점이 있는 제빵업체 '우든 베이커리'의 최고경영자(CEO) 가산 보 하비브는 "레바논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분명히 크게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리는 고통을 받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사업을 유지하기가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이 튈 수 있다.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축출로 이어졌던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당시 '빵, 자유, 그리고 사회적 정의'가 주된 구호였다.

티머시 랑 런던시티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식량 가격이 요동치는 시대"라며 "정치적 변동성이 다수를 순식간에 식량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