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시 연봉협상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일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부족 현상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몇몇 미국 제조기업, 테크기업 등이 직원임금을 연차 연동에 의해 상승시키는 방식을 철회하고 수시 임금동향 점검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구인시장에서 정기(연단위) 임금 상승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67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구인난과 이직률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이러한 추세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월달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5.7퍼센트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전 평균 상승률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산업용 세라믹 제조사 쿠어스텍은 지난해 '분기별 임금 협상' 방안을 도입했다. 이는 정비공 등 전문인력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비용이 더 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쿠어스텍은 통상적인 연 3%의 임금인상분 외에 몇백만 달러를 추가 예산으로 편성하고 있다.

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타이거그래프는 급여 협상을 연2회로 늘리는 방안을 도입했다. 토드 블라슈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는 가볍게 시작한 결정이 아니다"라며 "임금 검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인상 등 보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직원 역량에 대한 기대치를 철저하게 관리해나가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이거그래프의 직원 임금은 지난 12개월동안 12% 정도 올랐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그동안 딜로이트는 통상 매년 여름철마다 연1회 임금 인상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작년 3분기 무렵 딜로이트 임원진은 인력이탈 등 구인난이 계속되자 서둘러 보상 조정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직원 12만명의 임금에 대한 추가분석을 실시한 뒤 지난해 말 수천명의 급여를 올렸다.

컨설팅기업 머서가 지난달 미국 내 기업 HR 관리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1은 임금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가량은 "올해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 임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서의 타우제프 라만 파트너는 "이 같은 결정은 직원들이 새로운 급여 체계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계속되기를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HR 임원들은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노동시장으로 인해 임금체계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입을 모은다. 미 완성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의 카일 라구나스 HR 담당 책임자는 "다른 자동차 회사의 채용 담당자들도 대부분 급여를 20~30% 인상할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요즘 구인 시장은 정말 미친 듯이 핫하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