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하늘길'을 막는 강력한 제재를 꺼내들었다. 러시아 항공기의 역내 운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 항공기의 역내 운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대치중인 우크라이나에는 EU 사상 처음으로 무기 구매를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제재에 맞서 ‘핵 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 등으로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돈줄 죄는 美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날 즉시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에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 자산 이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러시아가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경제를 후퇴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전날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모든 러시아 비행기가 EU 상공에서 비행할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러시아투데이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EU 회원국에서 활동도 금지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4억5000만유로(약 606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로 5000만유로(약 673억원)는 의료 물자 지원에 쓰기로 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EU는 전쟁에서 무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금기가 깨졌다”고 말했다.

유럽 내 중립국인 스위스도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며 제재에 동참했다. 2020년 기준 스위스에서 러시아인이 보유한 자산은 104억스위스프랑(약 13조5000억원)가량이다.

핵전력 강화 돌입한 러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은 “거짓말 제국인 서방이 우리를 상대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군은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3대 핵전력’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 모두 비상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서방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그동안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밀착해왔던 중국은 시험대에 서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푸틴 대통령과의 연대감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면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는 나라는 벨라루스가 유일하다. 미국 행정부의 고위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이르면 28일 우크라이나로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주의 지킨다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 공세에 나선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코앞에 군사력을 배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 목적이 옛 소련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것이라는 추론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예비군 전력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대만은 미국이 구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며 “우리 안보를 지킬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도 러시아 제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누가 돕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상용/임도원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