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기업 쉘이 우크라이나 전쟁 후 헐값에 판매된 러시아산 우랄 원유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이 커지자 쉘은 거래로 생긴 이익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쉘은 지난 4일 원유중개업체인 트라피구라를 통해 우랄 원유 72만5000배럴을 구입했다.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대표 원유인 우랄 수요가 사라지면서 우랄 원유 가격은 급락했다. 쉘이 트라피구라로부터 매입한 우랄 원유 가격은 세계 유가 지표인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28.5달러 저렴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거래를 통해 쉘은 원유 구매 비용만 2066만2500달러 절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로스네프트와 우랄 원유 유통 계약을 맺은 트라피구라는 이 원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1주일간 구매자를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가격은 계속 낮아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중국이나 인도 기업 등이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예상과 달리 유럽 기업인 쉘이 이 원유를 매입하자 글로벌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매입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쉘의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비판했다. 트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쉘 측에 "러시아산 기름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피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다국적 기업들에 다시 한번 요청했다.

이에 대해 쉘은 "석유 제품 생산을 멈추지 않기 위해 러시아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차츰 러시아산 원유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겠지만 아직은 대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쉘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로 생긴 이익을 인도주의 기관에 기부하겠다고도 했다. 전쟁 탓에 큰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이익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