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가스 공급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기 경보를 발동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통보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30일 가스 공급과 관련한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독일의 가스 비상대책에 따르면 조기 경보는 3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한다. 하베크 장관은 성명에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며 “공급 흐름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긴장 고조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 대응팀을 소집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자국이 지정한 비우호국에 한해 천연가스 수출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28일 푸틴의 요구를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 시한으로 지정한 날짜는 이달 31일이다. 러시아는 외국 기업이 루블화로 지급할 수 있도록 이날까지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루블화 결제를 바로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독일 등 주요국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차단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천연가스는 유럽에 계속 공급되고 있지만 차단 가능성에 유럽 가스 도매가격은 이번주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막히면 독일 경제는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를 꺼냈을 때도 독일의 강력한 반대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도 비상 회의를 여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폴란드는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