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출연 빌미로 성행위 강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성명 내고 비판
4일(현지시간) 주간여성 프라임은 소노 시온 감독이 자신이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한 주연 여배우들에게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권력을 이용한 갑질)를 이용해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노 시온 감독은 영화에 출연 예정인 여배우 A 씨를 자신의 사무실에 불러 성행위를 요구했다. A 씨가 요구를 거절하자 자신이 연출한 전작에 출연했던 다른 여배우를 불러 A 씨 앞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시작했다.
놀란 A 씨를 데리고 나온 것은 조감독이었고, A 씨가 "살았다"고 안도하는 찰나 조감독조차 A 씨를 러브호텔로 데려 가려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여배우 B 씨는 소노 시온 감독과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우연히 감독과 라인 교환을 한 후 술을 마시게 됐다. 그 자리에서 감독은 '난 많은 여배우에게 손을 대고 있지만 그들에겐 일을 주고 있다. 그러니 다른 감독과는 다르다'고 당당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의 저는 '배우로서 팔리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필사적이었다. 감독으로부터 호텔에 오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관계를 맺었다. 이후 신작 오디션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고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연락이 오고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는다며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노 시온 감독은 1990년 '자전거 한숨'으로 데뷔한 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2013년 개봉된 영화 '두더지'로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미투' 사건이 불거지면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밀월', '해저드 램프'는 개봉이 불투명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주간문춘은 중견배우인 키노시타 호우카가 복수의 젊은 여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명목으로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키노시타는 방송을 앞둔 드라마에서 '손절' 당했으며 예능 활동도 무기한 중단하게 됐다.
영화 '피를 빠는 우주' 사사키 히로히사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소노 시온의 악행은 모두 알고 있었고 제작진들에게 알렸으나 방치하고 악행을 용인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여러 감독들은 "가해 행위는 최근들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유감스럽게 훨씬 이전부터 반복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은 '문화예술분야의 괴롭힘 방지를 위한 요청서'를 트위터에 게재해 업계 관계자들의 서명을 촉구하고 있다.
성명을 통해 "감독직이라는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이들이 지위를 남용해 괴롭힘, 성적 폭행 등 악습을 벌이고 있다"며 "이 악습을 다음 세대에 남기지 않기 위해 감독이 가지는 권위성, 폭력성에 대해 동업자들의 자각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