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도 아직 전쟁에 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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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우크라 전쟁으로 관심 못 받지만
군부에 사살당한 민간인 1700명
"내전 안 끝나…국제사회 나서야"
Z세대가 저항군 민병대 주축
"자유 위해 3살 아들 두고 왔다"
규모 작지만 게릴라전서 승전보
우크라 전쟁으로 관심 못 받지만
군부에 사살당한 민간인 1700명
"내전 안 끝나…국제사회 나서야"
Z세대가 저항군 민병대 주축
"자유 위해 3살 아들 두고 왔다"
규모 작지만 게릴라전서 승전보
‘1700과 1600.’
각각 미얀마 내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망한 민간인 수다. 최근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자행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분개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사살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16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작년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이에 맞서다 사살당한 민간인은 현재까지 최소 17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를 놓고 전쟁의 참상을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현재진행형인 내전의 아픔이 러시아 사태로 묻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장의 백설공주’로 불리는 한 미얀마 여성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자신의 참전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3개월 뒤 그는 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통제하는 지역으로 들어갔다. 군부의 압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곳에서 소수민족 반군들로부터 소총 장전, 수제 수류탄 조립 방법 등을 배운 뒤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세 살배기 아들을 고향에 남겨두고 왔다”고 담담히 말한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말 없이 야영지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NYT는 “미얀마 내전이 길어지면서 최근 들어 도심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제쳐두고 민병대에 합류하기 위해 외곽의 야영부대로 향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민병대의 주축은 Z세대(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다. 얼마 전 민병대원이 된 조지(가명)의 상황도 비슷하다. 치과의사인 그는 평소 아웃도어 스포츠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작년 8월 무렵 지역 민병대에 들어가 62일간 군사훈련을 받고 전선에 배치됐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군부를 쓰러트리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민병대는 미얀마의 반군부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지하는 시민방위군(PDF)으로 불린다. 미얀마 전역에는 수백 개의 민병대가 느슨한 형태로 조직돼 있다. 일부는 군부정권에 의해 축출당한 의원들이 이끌고 있다.
민병대 규모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얀마 군대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그러나 민병들은 군부의 호송 트럭이나 선박 등을 공격하는 게릴라전으로 전과를 올리고 있다. 마을마다 방어선을 구축하고 민병들을 소규모로 배치해 결사항전으로 맞서는 전략도 통했다.
이들의 기백에 놀라 정부군에서 탈영하는 병력도 늘어나고 있다. NUG에 따르면 최근까지 군부 탈영병은 최소 3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대대장급 고위 장교들도 포함돼 있다. 최근 민병대에 합류해 군사훈련을 맡고 있는 한 육군 대위 출신 인사는 “점점 더 많은 군인이 군부의 세뇌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족주의민주동맹(NLD)이 압승하자 군부는 곧바로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를 명분으로 이듬해 2월 1일 기습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미얀마의 불완전한 민주주의가 또다시 쿠데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2008년 군부정권이 만들어둔 헌법에 따라 군인들이 미얀마 의회와 정부 부처에서 계속 권한을 유지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부는 시민들의 저항이 잇따르자 작년 7월 반군 토벌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내전이 예상외로 길어지자 다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엔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력까지 내전에 동원할 수 있도록 경찰법을 개정했다.
전쟁의 장기화는 무엇보다 민간인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현재까지 17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 체포·구금된 인원도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민병대원들이 각종 기습 작전으로 군부 세력을 뒤흔들고는 있지만 화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마저도 구식 무기가 대부분이다.
미얀마에서는 내전 양상이 장기화하는 국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제위기그룹의 미얀마 수석고문 리차드 호르시는 “반군의 전투 방식은 정부군의 개별 전략을 깨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정부군을 완전히 항복시킨다거나 전쟁의 전환점이 되는 전략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내전의 교착 상태를 연장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전 세계의 관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옮겨갔다”며 “하지만 이 와중에도 미얀마에서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얀마 내전과 러시아 전쟁은 규모가 작고 정비가 덜 된 군대가 의지 하나만으로 대규모 군대를 저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며 “어느 쪽에도 완전한 승리는 없을 것이란 전망 역시 비슷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각각 미얀마 내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망한 민간인 수다. 최근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자행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분개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사살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16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작년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이에 맞서다 사살당한 민간인은 현재까지 최소 17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를 놓고 전쟁의 참상을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현재진행형인 내전의 아픔이 러시아 사태로 묻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얀마 민병대 주축은 Z세대
“우리 세대는 자유라는 가치를 최고의 이상으로 생각합니다.”‘전장의 백설공주’로 불리는 한 미얀마 여성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자신의 참전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3개월 뒤 그는 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통제하는 지역으로 들어갔다. 군부의 압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곳에서 소수민족 반군들로부터 소총 장전, 수제 수류탄 조립 방법 등을 배운 뒤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세 살배기 아들을 고향에 남겨두고 왔다”고 담담히 말한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말 없이 야영지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NYT는 “미얀마 내전이 길어지면서 최근 들어 도심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제쳐두고 민병대에 합류하기 위해 외곽의 야영부대로 향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민병대의 주축은 Z세대(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다. 얼마 전 민병대원이 된 조지(가명)의 상황도 비슷하다. 치과의사인 그는 평소 아웃도어 스포츠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작년 8월 무렵 지역 민병대에 들어가 62일간 군사훈련을 받고 전선에 배치됐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군부를 쓰러트리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민병대는 미얀마의 반군부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지하는 시민방위군(PDF)으로 불린다. 미얀마 전역에는 수백 개의 민병대가 느슨한 형태로 조직돼 있다. 일부는 군부정권에 의해 축출당한 의원들이 이끌고 있다.
민병대 규모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얀마 군대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그러나 민병들은 군부의 호송 트럭이나 선박 등을 공격하는 게릴라전으로 전과를 올리고 있다. 마을마다 방어선을 구축하고 민병들을 소규모로 배치해 결사항전으로 맞서는 전략도 통했다.
이들의 기백에 놀라 정부군에서 탈영하는 병력도 늘어나고 있다. NUG에 따르면 최근까지 군부 탈영병은 최소 3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대대장급 고위 장교들도 포함돼 있다. 최근 민병대에 합류해 군사훈련을 맡고 있는 한 육군 대위 출신 인사는 “점점 더 많은 군인이 군부의 세뇌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화된 내전
미얀마 국민들은 1962년 군부가 처음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50년 넘게 군사독재정권을 겪었다. 아웅산수지 여사가 이끈 저항운동으로 2008년 이후 표면적으로나마 민주화를 경험했다. 그러나 군부의 야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2020년 11월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족주의민주동맹(NLD)이 압승하자 군부는 곧바로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를 명분으로 이듬해 2월 1일 기습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미얀마의 불완전한 민주주의가 또다시 쿠데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2008년 군부정권이 만들어둔 헌법에 따라 군인들이 미얀마 의회와 정부 부처에서 계속 권한을 유지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부는 시민들의 저항이 잇따르자 작년 7월 반군 토벌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내전이 예상외로 길어지자 다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엔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력까지 내전에 동원할 수 있도록 경찰법을 개정했다.
전쟁의 장기화는 무엇보다 민간인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현재까지 17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 체포·구금된 인원도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민병대원들이 각종 기습 작전으로 군부 세력을 뒤흔들고는 있지만 화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마저도 구식 무기가 대부분이다.
미얀마에서는 내전 양상이 장기화하는 국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제위기그룹의 미얀마 수석고문 리차드 호르시는 “반군의 전투 방식은 정부군의 개별 전략을 깨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정부군을 완전히 항복시킨다거나 전쟁의 전환점이 되는 전략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내전의 교착 상태를 연장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전 세계의 관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옮겨갔다”며 “하지만 이 와중에도 미얀마에서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얀마 내전과 러시아 전쟁은 규모가 작고 정비가 덜 된 군대가 의지 하나만으로 대규모 군대를 저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며 “어느 쪽에도 완전한 승리는 없을 것이란 전망 역시 비슷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