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에서 퇴직자들이 다시 취업하는 ‘은퇴 취소(Unretirement)’가 잦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생활비 걱정이 커진 은퇴자들과 높은 급여를 제시해서라도 구인난을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다.

CNBC는 구인·구직 정보 플랫폼 인디드의 분석을 인용해 은퇴 취소 현상이 최근 미 노동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디드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은퇴 뒤 1년 안에 재취업하는 근로자 비율은 3.2%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2%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팬데믹 이전 수준인 3%대를 회복한 것이다.

유례없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 기업들은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닉 벙커 인디드 이사는 “입사 보너스 등 여러 특전을 명시한 구인광고가 미국에서 늘어나고 있다”며 “은퇴 취소 현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미 근로자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이 기간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155만 건으로,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퇴직자 수는 454만 명으로 역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원격근무 등 은퇴자들이 부담 없이 복귀를 결심할 만한 조건을 내거는 직장이 늘어난 점도 한 이유다.

인플레이션도 변수다.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뛰며 1982년 1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체감물가를 좌우하는 에너지 가격은 33.9%, 식료품 가격은 9.2% 올랐다.

미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4일 단행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벙커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은퇴 취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