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베어마켓 바닥은 오는 10월, S&P 3000"
뉴욕 증시의 변동성은 큽니다. 불안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6일(미 동부시간) 전날 5% 가까이 내린 나스닥마저 제대로 반등 한 번 못했습니다. 다우의 경우 한때 500포인트 넘게 급락했지만, 오후에는 50포인트가량 오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98.6포인트), S&P500 지수는 0.57% 내렸고 나스닥은 1.40% 떨어졌습니다. S&P500 지수는 5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는 2011년 6월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입니다. 나스닥도 다섯 개 주 연속으로 1% 넘게 떨어졌는데, 이는 닷컴버블 붕괴 때인 2002년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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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애플(+0.33%) 마이크로소프트(-0.94%) 알파벳(-0.93%) 등 거대기술주는 상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코인베이스(-9.20%) 텔라닥(-6.04%) 크라우드스트라이크(-8.93%) 쇼피파이(-8.62%) 퓨얼셀(-9.26%) 펠로톤(-7.7%) 등 고평가 기술주는 여전히 폭격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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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가를 압박했습니다. 채권은 주식과 경쟁하는 자산일 뿐 아니라, 금리의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 실수 여부에 대한 믿을만한 지표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5.1bp 오른 3.119%, 2년물은 보합 선인 2.725%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은 장중 3.13%까지 올라 2018년 이후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장기물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건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양적 긴축(QT)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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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엔 이날 오전 8시 30분 발표된 4월 고용보고서도 영향을 줬습니다. 보고서엔 희망과 불안이 섞여 있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혼재된 지표였지만, 투자자들은 중립적이라기보다는 빡빡한 고용 상황에 더 무게를 실을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① 신규고용 42만8000개 증가→긴장

4월 비농업 분야 일자리는 42만8000 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예상인 38만 개 증가를 상회하는 것입니다. 다만 2, 3월 수치가 3만9000개 감소한 것으로 수정됐습니다. 4월 수치는 수정된 3월 수치와 똑같았습니다. 업종별로는 레저·접객업(7만8000개), 제조업(5만5000개), 물류·창고업(5만2000개)에서 일자리가 많이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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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변하지 않은 실업률

실업률은 3.6%로 전월과 같았습니다. 시장 예상치는 3.5%였습니다. 이는 예상보다 많은 일자리 증가가 나타난 기업 조사와는 달리 가계 조사에서는 4월 일자리가 35만3000 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탓입니다. 미 노동부는 기업 조사와 가계 조사를 각각 해 고용보고서를 만드는데 신규고용 수치는 기업 조사를, 실업률은 가계 조사를 기반으로 산출합니다.

③ 느려진 임금 상승세→희망적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0.3%, 1년 전보다는 5.5%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월가 전망치 및 지난 6개월 평균인 0.4% 증가를 살짝 밑돌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임금 상승세가 진정되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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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떨어진 노동참여율→불안

노동참여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진 62.2%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아진 겁니다. 지금처럼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가 1.9개가 있는 상황에서 노동참여율이 감소하면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ING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62.4%에서 62.2%로 급락했다.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한 가운데, 참여율이 떨어진다면 임금 상승 둔화는 오래 지속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왜 미국인들이 노동시장을 벗어나는지 원인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블룸버그는 어린이 보육과 노인 부양을 포함한 여러 요소가 노동참여 회복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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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뜨거운 노동시장을 진정시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용 자체가 둔화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더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후자가 훨씬 바람직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인들이 추가로 시장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저축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이 구직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지요. 지금 미국의 노동인구는 팬데믹 이전보다 120만 명이 적습니다. 만약 당시의 노동참여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300만 명이 더 일하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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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나온 노동참여율 하락은 이런 희망에 불안감을 던졌습니다. 노동 공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Fed는 금리를 높여 기업들의 고용 수요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임금이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를 높이다 보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정리하면 4월 신규고용 수치는 임박한 경기 침체 두려움을 진정시킨다는 의미에서 고무적이었습니다. 임금 성장이 완화되는 것도 환영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참여율은 기대와 달리 하락해 불안감을 남겼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엔 긍정적 내용과 부정적 내용이 혼합되어 있다. 신규고용은 예상보다 다소 강했지만, 실업률이 안정적이었고 임금 상승세가 둔화했다. 임금은 작년 하반기 연율 6% 이상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4% 이하다. 고무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Fed의 물가목표 2%보다는 여전히 높다. Fed가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4월 고용지표는 파월 의장이 밝힌 다음 두 번의 회의에서 50bp씩 올리겠다는 움직임에 부합하는 데이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고객 메모에서 "오늘 고용보고서를 보면 Fed가 밝힌 방침에 큰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딱 적당한 골디락스 수준의 고용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4월 신규고용이 전달과 비슷하고 3개월 평균으로 보면 작년 고점에서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둔화)는 것이죠.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의 부드러운 하락 추세는 경착륙 없이 수요를 냉각시키는 Fed의 골디락스 시나리오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블랙록투자연구소의 장 보뱅 소장은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는 "골디락스 같은 시나리오는 없다. 경기 침체 가능성의 감소는 더 많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하고,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경기 침체 가능성 상승을 뜻한다. 어떤 식으로든 거시적 환경은 더 도전적일 것이고, 신중한 투자 자세는 계속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경기 침체보다는 조금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면서 사는 것은 채권의 기간 프리미엄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장기 금리의 상승세는 이런 맥락에서 나타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Fed는 안정적인 2%뿐 아니라 안정적인 4%를 물가목표로 삼아도 된다. 오히려 나는 안정적 3%, 4%를 추구하는 게 2%보다 낫다고 본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날 발언에 나선 Fed 스피커들은 파월 의장이 부인한 '75bp 인상' 가능성을 조금 되살려 놓았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75bp 인상안을 포함해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75bp 인상에 대한 베팅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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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관심은 다음 주 11일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려 있습니다. 현재 월가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헤드라인 수치 8.1%(3월 8.5%), 근원 수치 6.1%(6.5%)입니다.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0.2%(1.2%), 근원 0.4%(0.3%)입니다. 전반적으로 3월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한 것이죠. 이는 중고차 가격이 또다시 전달보다 1% 하락(만하임 중고차 지수 기준)한 데다, 휘발유 가격이 워낙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3월보다는 4월에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7.9%, 근원 수치 5.9%로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전월 대비로는 0.1%, 0.3%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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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시장이 환호하면서 상승세를 재개할 가능성은 그리 크진 않을 겁니다. ING는 "물가가 정점은 찍을 수 있지만 2% 목표까지 낮아지는 것은 길고 느린 하강이 될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전략은 계속해서 공급망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문제를 가중하고 있다. 또 엄청나게 빡빡한 노동시장은 임금에 광범위한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끈끈하고 천천히 하락할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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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장 분위기가 조금 나아질 수는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헤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전년 대비로는 상당히 둔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2분기 매우 높았던 상승률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수준(2%)보다는 훨씬 높지만 몇 달 전만큼 하늘 높이 치솟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초기지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 평론가는 "다음 주 CPI 발표가 나온 뒤에 시장은 아마도 약간의 평온을 찾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시장 분위기는 엉망입니다. 지금으로선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보다는 더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많은 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의 기본 사례에서 주식 최저점, 금리 최고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라며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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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140년 동안의 19번의 베어마켓을 분석해보면 평균적인 주가 하락은 37.3%에 달했고, 지속 기간은 289일이었다. 이런 과거 데이터에 비춰서 현재를 예측해본다면 지금의 베어마켓은 10월 19일께 끝날 것이며 S&P500 지수는 3000, 나스닥은 10000이 될 것이다. 좋은 소식은 많은 개별 주식들은 이미 그 상황에 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스닥 주식의 49%가 이미 52주 최고가에서 50% 이상 떨어졌고 77%는 20% 이상 떨어져 이미 베어마켓 상황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EPER 자료를 인용해 FOMC 전주에 모든 자산 클래스에서 모두 22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을 제시하면서 "모두가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올해 들어 현재까지의 투자자 포지셔닝은 공황이라기보다는 마비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라면서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에 대한 가격 책정 방법과 씨름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 들어 S&P500 지수에 1조1000억 달러를 집어넣은 투자자들이 평균적으로 진입한 지점은 4274포인트"라며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지만 지금 S&P500 지수가 4147(5일 기준)임을 고려하면 지금까지는 약간(somewhat)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투자자들이 항복하면서 바닥까지 가려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레온 쿠퍼먼은 CNBC 인터뷰에서 "급등하는 유가나 Fed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며 "주가는 더 낮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나 석유는 우리를 경기 침체에 빠뜨려왔고, 침체는 4~5년마다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판매자로 남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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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많이 낮아졌습니다. 올해 들어 다우지수는 10%가량 하락했고, S&P500지수는 14%가량, 나스닥지수는 23%가량 밀렸습니다. 이에 따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7.6배로 떨어졌습니다. 5년 평균(18.6)보다는 낮지만 10년 평균(16.9)보다는 높습니다. 그러나 피델리티의 저리엔 팀머 매크로 디렉터는 "역사적으로 2년물 국채 금리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유추해보면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15.6배 수준에 있어야 한다. 지금은 17.8배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금리는 자꾸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기준이 되는 기업 이익도 아직은 괜찮지만, 불안감이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까지 S&P500 기업의 87%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79%가 주당순이익(EPS)이 월가 추정치를 넘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인 77%를 상회합니다. 하지만 추정치를 넘은 수준은 4.9%에 그칩니다. 이는 5년 평균인 8.9%보다 낮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장기투자자에게는 지금이 주식을 사기에 좋은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모닝스타는 "역풍이 앞으로 몇 달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런 역풍은 주식을 저평가 상태로 만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닝스타는 "최근 매도세가 미국 주식 시장을 너무 많이 하락시켰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시장 밸류에이션 모델은 이제 저평가 영역으로 진입했다. 미국 주식 시장은 현재 공정 가치 대비 12%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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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장기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가격이 책정된 대형주, 해자 폭이 넓은 주식으로 아마존 세일스포스 보잉 어도비 인텔 등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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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는 2010년부터 어제처럼 뉴욕 증시가 폭락한 날에는 '혼란에 빠진 시장'(Markets in turmoil)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해 그날 저녁 방송합니다. 어제도 그 프로그램을 내보냈습니다. 그동안 나간 날이 100여 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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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운드캐피털에 따르면 CNBC가 이 프로그램을 내보낸 날 매수했다고 가정하고 1년 뒤 수익률을 계산해보니 100% 돈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률도 엄청납니다. 2010년 5월 6일 첫 방송 이후 1년 뒤 수익률은 21%, 지금까지 수익률은 367%입니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려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제시한 10월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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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