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發 실적 쇼크…美 빅테크 '감원 칼바람'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등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던 미국 기술기업들이 잇달아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했는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적 악화 등으로 회사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플레發 실적 쇼크…美 빅테크 '감원 칼바람'

美 기술기업, 잇단 채용 축소

미국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우버는 지난 8일 사실상 신규 채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진급 변동을 겪고 있는 시장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채용을 ‘특권’과 같이 취급할 것”이라고 썼다. 마케팅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출을 줄이겠다고 말하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해 주당 60달러를 넘어섰던 우버의 주가는 올해 들어 50% 가까이 폭락했다.

고용과 관련한 우버의 입장 변화는 이례적이지 않다. 미국 기술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고용 축소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인력을 대폭 늘렸던 메타(옛 페이스북)도 고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CNBC방송은 4일 메타가 중간급 및 고위직의 고용을 중단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엔지니어링 부문 전반에서 신규 채용도 중단한다. 메타 대변인은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과 분기별 비용 등을 감안해 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도 가세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마존이) 인력 부족 상태에서 초과 인력 상태로 빠르게 바뀌는 중”이라고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투자자가 몰리는 주식) 열풍’을 일으킨 미국의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정규직 직원 9%를 감원하기로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는 10년 만에 첫 유료 가입자 감소 사태에 직면한 이후 일부 팀 직원들을 해고했다.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비슷”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기술기업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재 유치 경쟁을 벌였다. 미국 컴퓨터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술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구인 공고는 36만5000건에 달했다. 월별 집계 기준으로 2019년 9월 이후 가장 많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들은 “기술기업의 인재 경쟁은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기술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이달 9일(현지시간)까지 26.59% 하락했다. 키스 황 셀쿠스캐피털매니지먼트 전무는 현재 상황을 닷컴버블기와 비교했다. 그는 “인력 과잉이 발생하고 기술기업들이 투자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은 2001년 닷컴버블이 붕괴했을 때와 비슷해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고용 황금기’가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연구소는 5월 보고서에서 올해 일자리의 시간당 소득 증가율이 2021년보다 완만하다고 밝혔다. 직장을 그만두는 인원도 줄어들고 있다. 리서치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직장을 그만둔 미국인은 37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만 명 감소했다.

반면 2001~2002년 당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현 상황이 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벤처캐피털(VC) 인터플레이의 마크 피터 데이비스 매니저는 “우수한 인재가 해고되면 이들이 스스로 기업가가 될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