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리고 한국에 쫓기고…동남아서 존재감 사라진 日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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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1위 경쟁하던 日, ASEAN 무역규모
10여년새 중국 1/3…한일 격차는 1.3배로 줄어
'코로나 쇄국' 자충수…방문자수도 한국에 역전
오랜 투자의 저력은 남아…누적투자 규모는 1위
10여년새 중국 1/3…한일 격차는 1.3배로 줄어
'코로나 쇄국' 자충수…방문자수도 한국에 역전
오랜 투자의 저력은 남아…누적투자 규모는 1위
글로벌 성장 엔진 동남아시아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사이 한국이 비중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1년 중국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무역 규모가 6000억달러(약 764조원)를 넘어선 반면 일본의 무역액은 2000억달러를 웃도는데 그쳐 3배 차이까지 벌어졌다고 22일 보도했다. 아세안 사무국의 2003~2021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일본은 2008년까지 아세안 최대 무역국 자리를 놓고 미국과 경쟁했지만 2009년 처음 중국에 추월당했다. 일본의 아세안 무역규모가 20년 가까이 2000억달러 안팎으로 정체된 사이 2003년까지만 해도 3배 차이가 났던 한국과의 격차는 1.3배까지 줄었다.
일본의 아세안 직접투자 규모도 2012년 148억5200만달러에서 2020년 85억2000만달러로 뒷걸음질쳤다. 2012년 3위였던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이샤크연구소는 2019년부터 아세안 회원국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매년 의식조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에서 '아세안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로 '일본'을 꼽은 이 지역의 전문가는 2019년 6.2%에서 올해 2.6%로 줄었다. 중국을 지목한 전문가들은 77%로 10% 수준인 미국을 압도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세계인의 출입국을 규제한 일본 정부의 '코로나 쇄국정책'이 아세안에서 일본의 존재감을 떨어뜨린 자충수가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의 아세안 회원국 방문자수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2012년 16%에서 2020년 10%로 떨어졌다. 코로나 쇄국 여파로 일본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의 출장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사이 한국의 점유율은 15.2%에서 18.3%로 늘어 일본을 앞섰다. 중국의 점유율은 42.3%에 달한다.
일본이 아세안 지역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잃지 않은 항목은 누적투자 규모였다. 일본 기업이 아세안 현지 자회사에 출자한 자금이나 현지 자회사가 쌓은 이익유보금의 합계를 말한다. 2016~2020년 일본의 누적투자 점유율은 19%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 아세안 지역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협력을 통해 동남아시아 각국의 재건을 지원했다. 1999~2019년 정부개발원조(ODA) 지출총액의 15%를 아세안 지역에 집중시켰다.
사토 유리 아시아경제연구소 명예연구원은 "반세기 이상 깊은 유대를 이어온 아세안이 일본을 각별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지 사회는 매일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던 작년 여름 중국은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5억회분 이상을 아세안에 원조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일본은 자국에서 사용하지 않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베트남 등에 제공하는데 그쳤다.
중국과 양적인 경쟁은 더 이상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일본은 아세안 회원국과의 신뢰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아세안 회원국 전문가들의 의식조사에서 일본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 번영을 위해 옳은 일을 할 국가'로서 54%의 지지를 받았다. 중국은 27%에 그쳤다. 남지나해에서 일방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패권주의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국산 자재와 설비 사용을 조건으로 하는 중국의 ODA 방식도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토 연구원은 "일본 브랜드와 애니메이션에 둘러싸여 자라난 동남아 지역 40~50대는 일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며 "더 늦기 전에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 손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1년 중국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무역 규모가 6000억달러(약 764조원)를 넘어선 반면 일본의 무역액은 2000억달러를 웃도는데 그쳐 3배 차이까지 벌어졌다고 22일 보도했다. 아세안 사무국의 2003~2021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일본은 2008년까지 아세안 최대 무역국 자리를 놓고 미국과 경쟁했지만 2009년 처음 중국에 추월당했다. 일본의 아세안 무역규모가 20년 가까이 2000억달러 안팎으로 정체된 사이 2003년까지만 해도 3배 차이가 났던 한국과의 격차는 1.3배까지 줄었다.
일본의 아세안 직접투자 규모도 2012년 148억5200만달러에서 2020년 85억2000만달러로 뒷걸음질쳤다. 2012년 3위였던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이샤크연구소는 2019년부터 아세안 회원국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매년 의식조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에서 '아세안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로 '일본'을 꼽은 이 지역의 전문가는 2019년 6.2%에서 올해 2.6%로 줄었다. 중국을 지목한 전문가들은 77%로 10% 수준인 미국을 압도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세계인의 출입국을 규제한 일본 정부의 '코로나 쇄국정책'이 아세안에서 일본의 존재감을 떨어뜨린 자충수가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의 아세안 회원국 방문자수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2012년 16%에서 2020년 10%로 떨어졌다. 코로나 쇄국 여파로 일본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의 출장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사이 한국의 점유율은 15.2%에서 18.3%로 늘어 일본을 앞섰다. 중국의 점유율은 42.3%에 달한다.
일본이 아세안 지역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잃지 않은 항목은 누적투자 규모였다. 일본 기업이 아세안 현지 자회사에 출자한 자금이나 현지 자회사가 쌓은 이익유보금의 합계를 말한다. 2016~2020년 일본의 누적투자 점유율은 19%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 아세안 지역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협력을 통해 동남아시아 각국의 재건을 지원했다. 1999~2019년 정부개발원조(ODA) 지출총액의 15%를 아세안 지역에 집중시켰다.
사토 유리 아시아경제연구소 명예연구원은 "반세기 이상 깊은 유대를 이어온 아세안이 일본을 각별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지 사회는 매일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던 작년 여름 중국은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5억회분 이상을 아세안에 원조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일본은 자국에서 사용하지 않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베트남 등에 제공하는데 그쳤다.
중국과 양적인 경쟁은 더 이상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일본은 아세안 회원국과의 신뢰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아세안 회원국 전문가들의 의식조사에서 일본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 번영을 위해 옳은 일을 할 국가'로서 54%의 지지를 받았다. 중국은 27%에 그쳤다. 남지나해에서 일방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패권주의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국산 자재와 설비 사용을 조건으로 하는 중국의 ODA 방식도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토 연구원은 "일본 브랜드와 애니메이션에 둘러싸여 자라난 동남아 지역 40~50대는 일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며 "더 늦기 전에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 손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