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달러 강세가 다시 아시아 경제위기를 야기할지 모른다.”

전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Jim O'Neill)의 말이다. 오닐은 신흥 경제대국을 의미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라는 용어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오닐은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0엔으로 상승(엔화가치 하락)하면 달러가 새로운 아시아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러화 가치는 최근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엔화 가치는 달러당 134엔으로 떨어졌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 잇달아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이와는 반대로 느슨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전직 일본 관료 사카키바라 아이스케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중국 당국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 절하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오닐은 밝혔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는 태국 바트화 가치의 폭락과 함께 시작됐었다. 우리나라는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오닐은 "엔화 가치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중국은 이를 불공정 경쟁 우위로 간주할 것이며, 이는 명백히 아시아 외환위기때와 유사하다"며 "중국은 이런 통화의 황폐화가 경제를 위협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닐은 일본은행이 경제학자들이 매우 느슨한 형태의 통화정책으로 보는 수익률곡선 통제, 즉 일본 국채의 수익률을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고수한다고 가정할 때, 달러의 강세는 베이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이자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전 의장인 오닐은 2013년 골드만삭스를 떠났고, 이후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선임 고문이 됐다.

강현철 객원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