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CP그룹 마리사 특별고문…"한국기업 진출 돕고 싶어"
태국 최대기업 한국계 안주인 "한·태 다리 역할 하겠다"
CP그룹(짜른폭판그룹)은 태국을 대표하는 재계 1위 기업집단이다.

2020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820억달러로 100조원이 넘는다.

초대형 식품기업 CPF를 비롯해 태국 3대 이동통신사 트루, 태국에 편의점 세븐일레븐 1만1천여 곳을 운영 중인 유통사 CPALL 등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여 개국에 진출한 CP그룹은 한국 기업들과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안주인이 한국계라는 사실이다.

CP그룹 수파낏 치라와논 회장의 부인인 마리사(57·한국명 강수형) 특별고문이 한국과 태국의 경제 및 문화 교류와 협력을 위해 물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CP그룹이 한국에 우호적이고 한국 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건 그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 한국문화원에서 만난 마리사 특별고문은 "의도적으로 한국 관련된 일에 나서려고 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며 "한국과 태국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태국에 사는 내가 가진 지식과 정보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태국 진출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태국 정부는 최근 소프트파워 집중 육성에 나선 가운데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BTS와 블랙핑크 등 K-팝과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마리사 특별고문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얼마나 강력한가"라며 "한국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태국의 강점은 살리면서 단순히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음식 등 여러 분야와 접목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그는 "농업으로 출발한 CP그룹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재생에너지, 전기차, IT, 스마트시티 등 여러 신산업에서 한국 기업들과 합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한국기업들의 태국 진출을 돕고자 하는 것이 CP그룹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룹 이익과 관계없이 한국 기업이 태국에 들어오고 태국과 태국 국민들을 위한 일이 된다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며 "우리가 아니어도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 태국에 진출하고 한·태 관계가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의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이에 사업으로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한국과 태국에 대한 애정으로 내가 가진 자산을 어떻게 환원할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리사 특별고문은 서울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1982년 미국 뉴욕대로 유학을 떠나 금융과 국제경영을 전공했다.

유학 시절 남편인 수파낏 회장과 만나 결혼한 그는 1988년 태국 땅을 밟았다.

당시 태국에는 외국인과 결혼한 기업인은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어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네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결혼 후 오랜 시간 홍콩에 거주하며 교육과 내조에 집중했다.

2016년 말 태국으로 돌아와서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문화와 교육 등과 관련된 각종 후원 활동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쉐프케어스 재단을 설립해 유명 쉐프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 의료진에 최고급 도시락을 제공했다.

마리사 특별고문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좋은 취지에서 매일 도시락 150개를 만들어 병원에 갔고 3만개를 기부한 후에 작년 1월 재단을 만들었다"며 "외부 활동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 직접 가서 에너지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외부 지원을 받고 후원하는 재단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도 설립했다"며 "음식에도 관심이 많은데 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고, 태국인들이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태국 최대기업 한국계 안주인 "한·태 다리 역할 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