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록밴드 그린데이의 리더이자 팀 내 리드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빌리 조 암스트롱(50)이 연방대법원의 낙태법 폐지 결정에 반발해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암스트롱은 지난 24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콘서트에서 이 같이 선언했다.

그는 낙태권 폐지 소식에 "빌어먹을 미국"이라며 "너무나도 멍청한 짓을 하고 비참한 핑계를 대는 나라에 돌아갈 수 없다"면서 시민권 포기는 농담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으로 이주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 24일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를 허용해왔던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공식 폐기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낙태할 권리는 헌법상 조항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며 "낙태 문제 결정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에 나서 "대법원은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놨다. 슬픈 날"이라면서 "대법원이 많은 미국인에게 근본적인 헌법적 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미국 여성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에 처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유명 스타들도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큰 충격을 받았고 두렵다. 낙태권 폐지 때문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며 보수 대법관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명하고는 'F*** You'라는 노래를 영국 가수 릴리 앨런과 함께 불렀다.

같은 축제에 참석한 빌리 아일리시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라고 비판했고, 이미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텍사스주 출신의 메건 디 스탤리언은 "내 고향 때문에 부끄럽다.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위터를 통해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권리를 박탈했다. 무척 두렵다"고 했고, 머라이어 캐리는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11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역 크리스 에번스는 대법원을 비판하는 글 5개를 연이어 리트윗하면서 '낙태 기금 네트워크(NNAF)' 기부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