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배럴 줄이면 유가 380弗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간에서 국제 원자재 분석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나타샤 카네바 등 분석가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원유 감산으로 보복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카네바 대표 등은 러시아의 재정 상태가 현재 나쁘지 않아 원유 감산을 감행할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는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달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070만 배럴(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 포함)로 전달보다 5% 늘었다.
카네바 대표는 “러시아는 자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하루 최대 5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하루 300만 배럴씩 감산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9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봤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데 최근 합의했다. 러시아 원유를 일정 가격 이상으로 사들이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JP모간은 러시아가 가격상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원유 감산 및 수출 감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카네바 대표 등은 “러시아는 원유 감산을 통해 서방에 대항할 수 있다”며 “세계적인 원유 공급 부족 상황은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했다.
최근 국제 유가는 공급 경색 우려와 경기침체 가능성에 각각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회원국들의 연합체인 OPEC+는 오는 8월에도 이달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루 6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악재에도 국제 유가 상승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세계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