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와 협력했던 인물을 옹호해 논란에 휩싸인 안드리이 멜니크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독일을 떠나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이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멜니크 주독 우크라이나 대사를 수도 키이우로 불러들이고, 독일 베를린에 머무는 대사직을 당분간 비워두기로 했다.

멜니크 대사는 러시아 침공으로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독일에 거듭 호소한 인물이다.

독일 정부 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그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리더십과 용기가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했고, 독일이 노후화한 무기가 아닌 최신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일부 발언은 국내외에서 논란을 일으켰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멜니크 대사는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스테판 반데라(1909∼1959)가 유대인과 폴란드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출생한 반데라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단체'(OUN) 지도자로 활동했고, 나치와 함께 반공주의 운동을 펼치면서 다른 민족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반데라는 여전히 논쟁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일부 세력으로부터 독립 투쟁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폴란드 등지에서는 학살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멜니크 대사의 반데라 옹호 발언은 폴란드와 이스라엘에서 거센 반발을 불렀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멜니크 대사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폴란드와 이스라엘 정부는 그의 이런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를 하찮게 여기는 것이자 반데라에게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멜니크 대사는 숄츠 총리가 지난달 16일 키이우를 방문한 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외교적으로 부적절했고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며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