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재고 급증에 경기침체 우려까지…국제유가, 전쟁 전 수준으로 [오늘의 유가 동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무너졌다.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 보다 2.12달러(2.34%) 하락한 배럴당 88.5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월 2일 이후 최저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 이후로 가장 낮아진 것이다.
브렌트유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94.12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2.75%(2.66달러) 떨어졌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 보다 크게 늘었다는 전날 소식의 여파가 이어져다는 분석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46만7000배럴 늘어났다. 시장 예상치(70만 배럴 감소)와 달리 오히려 재고가 늘어난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경기침체 부작용을 예상했지만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서라면 금리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내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2.1%)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유 공급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최근의 유가 움직임은 수요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유가 향방을 가늠하려는 월가 투자자들은 5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내놓을 고용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노동통계국은 비농업 부문 고용 건수를 발표한다. 이 지표는 지난 2월 67만8000명 증가를 기록한뒤 6월(37만2000명 증가)까지 4개월 연속으로 증가량이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 건수가 25만8000명 증가에 그쳤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증가량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추진에 걸리는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고용시장이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면서 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관측이다.
유가가 당분간 90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국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예비 용량이 제한됐다는 우려가 있지만 석유 수요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WTI는 당분간 88.75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