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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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유 재고가 전문가들 전망치를 밑도는 결과에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근 유가 하락은 과민 반응이라고 지적하며 원유 수요 확대를 내다봤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0.73달러(0.25%) 오른 배럴당 90.73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돌아온 건 지난 12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는 브렌트유 10월물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93.65달러) 대비 2.94달러(3.14%) 상승한 배럴당 96.59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공개된 미국 주간 원유 재고가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17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8월 6~12일)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는 4억 2495만 4000배럴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약 705만배럴 감소했다. 전주 대비 10만배럴 증가한다는 전문가 전망치를 크게 벗어났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평균 재고량보다 6% 낮은 수치다. 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치보다 8% 낮고, 증류유는 23% 축소됐다.

미국 트레이딩업체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날 “좋은 소식은 미국의 원유 수요가 2주 전에 발표된 지표에서 시사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점이다”라며 “수요가 그렇게 강하다면, 공급이 정상 수준 아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공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 원유 재고 감소 소식에 이틀 연속 유가 상승 [오늘의 유가동향]
유가가 경기침체 우려와 이란과의 핵 합의 복원 가능성, 중국 경제의 둔화, 원유 수요의 부진 등에 최근 크게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다음 달 미국의 기상 악화도 변수다. 9월은 미국 멕시코만 등 대서양 서부에 허리케인 자주 출몰해 ‘허리케인 시즌’으로 불린다. 허리케인 피해가 커지면 시추에 지장이 생긴다. 에너지 공급에 타격이 있어 유가 요동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타리크 자히르 타이케캐피탈 이사는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가가 단기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의 주범으로 시장참여자의 과도한 우려를 지목했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에 두려움과 우려가 있다”며 “많은 추측과 불안이 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 추세를 보였고, 이달 들어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알가이스 사무총장은 시장의 우려와 실물 경기는 다르다고 역설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세계 원유 수요는 여전히 매우 강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에 대한 침체 우려는 과도하다.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OPEC은 이달 초 발간한 월간 시장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1억 30만배럴로 종전보다 약 0.26% 낮춘 26만배럴이 될 거라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수요를 9천 970만배럴로 전망했다. 작년 대비 원유 증가량 전망치는 210만배럴로 기존보다 38만배럴 늘려 잡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