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옥수수 등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7.83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 2월 중순 수준이다.

밀 가격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부셸당 12달러선까지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28%, 옥수수 수출의 15%를 담당하던 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 밀 수출국이기도 했다.

밀 가격은 지난 5월 중순에는 부셸당 12.79달러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달 우크라이나 수출이 재개되며 밀과 해바라기씨유 등 공급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8월에 400만t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온 곡물 가격 [원자재 포커스]
팜유 가격은 지난 4월 말 고점 대비 40% 떨어진 상태다. 팜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전쟁 직후 팜유 가격이 급등하자 수출세 인상 및 한시적 수출 중단 등 조치를 취했으나 자국내 재고가 급증하자 관련 규제를 다시 없애고 있다.

옥수수 가격도 부셸당 6달러선으로 전쟁 전인 2월 중순 수준 가격으로 돌아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최근 발표한 올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8.6% 하락했다.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지수가 11.5%, 팜유 등 유지류가 19.2% 급락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22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밀과 해바라기유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대규모 기근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러시아 밀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2022~23 시즌 러시아의 밀 수출은 전년보다 200만t 늘어난 3800만t일 전망이다. 올해 밀 작황이 좋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간의 곡물난 우려가 과도했을지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투자은행 르네상스 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밀 재고가 높은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곡물 가격이 다시 오를 여지도 많다. 유럽과 중국, 미국 일부 지역 등 세계 각지에서 폭염으로 고통받는 만큼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중서부 지역이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오면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각각 1.7%, 2.4% 뛰었다.

비료의 원료가 되는 요소 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요소 가격은 t당 680달러로 지난 4월(955달러)보다는 하락했지만 1년 전(400달러)보다는 70% 높은 상태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여파다.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는 천연가스로부터 추출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요소 가격이 오르는 원리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