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회사 쉘의 벤 판뵈르던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수년 동안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판뵈르던 CEO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토탈에너지와 탄소배출 억제 계약을 맺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몇 번의 겨울 동안 배급제,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의) 대안 확보 등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든 수월하게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며 포기해야 한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이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유럽연합(EU)을 압박하고 있다.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원을 무기화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EU의 가스 수입 중 40%를 차지해 왔다.

천연가스 수급난으로 유럽 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국과 EU 회원국들의 전기요금도 급등하고 있다. 판뵈르던 CEO는 “에너지 대란이 EU 회원국들 사이의 연대를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석한 파트릭 파우야네 토탈에너지 CEO도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없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을 앞두고 EU는 천연가스 비축에 집중하고 있다. EU는 11월 1일까지 천연가스 저장고의 80%를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고, 지난 27일 기준으로 이미 79.4%를 채웠다. EU의 경제대국 독일은 다음달까지 저장고를 85%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비축분만으로 겨울을 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EU 에너지 관련 장관들은 다음달 9일 회의를 열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기발전에 사용되는 가스요금 상한제, 전력시장 구조 개혁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