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샤넬 등 유럽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중국발 수요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유럽 내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의 경기 침체 전망으로 중국 내 판매량마저 위축될 우려가 더해지면서다.

○사라진 중국 손님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기업들이 유럽 현지에서 럭셔리 제품을 싹쓸이하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직전인 2019년 전 세계 명품 매출의 3분의 1인 930억유로(약 125조원)가 중국인 소비자들에게서 발생했다. 그중 중국인들이 중국 본토가 아닌 유럽 관광지에서 구매한 규모는 3분의 2에 달했다. 유럽 내 1위 명품 소비 관광객은 단연 중국인이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의 명품부문 책임자 클라우디아 다르피조는 “그동안 럭셔리 브랜드 기업들이 추구한 마케팅 전략은 그야말로 ‘중국인의,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 고용은 기본이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제품군 위주로 매장을 전시했다.

그런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바뀌고 있다. 팬데믹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다. 중국관광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이외 지역을 여행한 중국인은 20만 명에 불과했다. 2019년 같은 기간의 100분의 1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유럽 현지인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마케팅 전략 재편에 나섰다. 유럽인들의 눈높이가 명품을 마구잡이로 쓸어모으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비해 훨씬 더 까다롭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맥킨지의 명품 컨설턴트그룹 글로벌리더인 아킴 버그는 “코로나19 전에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에 기대 성장해왔던 명품업체들이 이제는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떠난 빈자리를 중동과 미국 출신 관광객들이 채워주는 외국인 고객 다양화 추세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강달러가 계속되면서 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에두아르도 산탄데르 유럽 여행위원회 대표는 “유럽 럭셔리 업체들이 다양화를 위한 엄청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V자 수요 반등은 없다”

이들 앞에 놓인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의 경기 침체 전망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관광지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중국 본토에서조차 명품 소비에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극심한 청년 실업률로 지갑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명품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다.

경영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먼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럽 명품 업체 경영진의 80%가 올해 중국 내 수요가 V자 반등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중국 내 판매 전망치를 상당 폭 낮췄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세계 각국의 청년층 경제 상황을 보면 북미와 유럽 등에선 물가·생활비 상승이 젊은 세대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실업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9.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 정책과 빅테크(거대정보기술 기업), 부동산 개발 부문 등에 대한 정부 단속 강화 등의 여파로 실업난이 가중되면서다.

이에 일부 명품 업체들은 비싼 제품군은 더 비싸게 파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여전히 큰손인 중국 고객들이나 실업 타격이 없는 부유한 청년층 고객에게 집중해 고가 제품의 가격을 올려 매출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고객층 확보를 위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발렌시아가, 디올 등의 일부 브랜드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게 명품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구찌도 로블록스에 매장을 개설해 가상 핸드백, 운동화 등을 출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