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의존 한국은 월급쟁이에 비유하지만
日 12개월 무역적자로 경상수지도 '흔들'
세계 최대 대외자산국 일본도 채권소진국 된다
산업경쟁력이 떨어진 日 허약체질로
10년새 국제수지발전단계 두단계 건너뛰며 노화
일본이 위기라면 어김없이 나오는 또 하나의 반응이다. 400조엔이 넘는 해외자산에서 이자와 배당만으로 매년 20조엔을 벌어들이는 일본을 건물주, 땀 흘려 만든 제품을 매달 해외에 팔아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에 울고 웃는 한국은 월급쟁이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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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일본 재무성은 2021년 일본의 대외 순자산이 411조1841억엔(약 4069조24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년 만에 대외자산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처음 400조엔을 넘어섰다. 역전될 것이라던 2위 독일(315조7207억엔)과 격차도 다시 100조엔 가까이 벌어졌다. 31년 연속 세계 최대 대외 순자산 보유국의 지위도 유지했다.
'역시 일본은 끄떡없네'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엔저(低)로 인한 착시효과다. 작년 말 달러당 엔화 가치는 115.12엔으로 1년 동안 10엔 이상 떨어졌다. 엔저로 인한 평가이익이 81조8000억엔에 달했다.
지난해 대외자산 증가 규모는 54조2141억엔이었으니 엔저로 인한 평가이익 부분을 빼면 일본의 대외자산은 2년 연속 감소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은 해외 자산의 70% 이상을 외화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보유금액이 늘어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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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와 이를 구성하는 무역수지(급여소득), 해외자산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자·배당 소득수지(건물 임대료)의 3개 항목이 각각 흑자인지 적자인지에 따라 국가의 성장 단계를 ① 미성숙채무국 ② 성숙채무국 ③ 채무변제국 ④ 미성숙채권국 ⑤성숙 채권국 ⑥채권 소진국의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미성숙 채무국은 산업 발전을 막 시작한 나라다. 산업을 발전 시키려면 원자재를 수입하고,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해야 한다. 따라서 무역수지는 물론 이자를 지급하느라 소득수지까지 모두 적자가 된다.
성숙 채무국은 산업이 발전하고 수출경쟁력이 향상돼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단계다. 다만 경상수지는 적자가 계속되는 상태다. 막대한 해외 차입에 따른 이자 지불금액(소득수지 적자)이 무역흑자를 웃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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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 채권국은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지만 대외자산이 더욱 늘면서 소득수지 흑자도 확대되는 단계다. 경상흑자가 유지되는 한편 대외자산도 계속 늘어나는 상태다.
최종 단계인 채권 소진국은 무역적자 규모가 소득수지 흑자 규모를 웃돌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단계다. 쌓아뒀던 대외자산을 헐어쓰는 단계이기 때문에 대외자산도 감소하게 된다.
무역수지와 소득수지가 쌍끌이 흑자를 기록하던 2010년까지 일본은 미성숙 채권국이었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2010년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 일본은 성숙채권국으로 변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와 배당으로 무역적자를 매워 경상흑자를 유지하는 국가가 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은 엔화 가치 급락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로 채권소진국의 경계에 들어섰다.
불과 10여년 남짓한 기간 동안 나라 경제가 발전 단계설의 두 단계를 건너 뛰며 급격히 늙어버린 것이다. 산업구조를 신속하게 전환하지 않으면 노화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게 일본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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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쟁력이 떨어진 일본이 외부환경이 나빠지면 곧바로 무역 적자국이 되는 허약체질이 된 것이다. 건물주를 걱정하는 이유다.
국제수지 발전 단계설에 따르면 한국도 언젠가 건물주가 된다. 2014년부터는 대외 채권이 채무보다 많은 순채권국이 됐다. 적은 금액이지만 임대료를 받는 미니 임대업자가 된 셈이다. 월급쟁이 한국이 이웃 건물주의 사정을 염려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