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시장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위험자산 안전자산 할 것 없이 모두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 후폭풍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빠른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만 오를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Fed發 금리발작에…글로벌 주식·채권가치 6경 증발

반년 새 글로벌 자산 6경원 증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4~9월 세계 채권과 주식 가치가 44조달러(약 6경3400조원) 줄었다고 2일 보도했다. 감소액은 반기 기준 사상 최대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블룸버그 세계채권종합지수에 따르면 세계 채권 잔액은 이 기간 20조달러 줄어든 125조달러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채권금리가 덩달아 오른 영향이다. 채권 가격은 채권 금리가 오르면 떨어진다. 마켓워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6개월간 미국 국채의 가격 하락폭은 최근 70년 사이 전쟁 중 최대 폭”이라고 전했다.

고강도 긴축으로 주식 가치도 급락했다. 금융정보업체인 퀵팩트셋에 따르면 세계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10조달러에서 올 9월 말 86조달러로 24조달러 감소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채권과 주식 가치 하락액 합계인 44조달러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한다.

블룸버그통신도 올 들어 3분기까지 줄어든 글로벌 주식과 채권 가치가 36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7개월 동안 세계적으로 3조1000억달러가량의 양적긴축이 진행됐다”며 “그 결과 글로벌 주식과 채권시장이 붕괴했다”고 평가했다.

뉴욕증시도 최악 고전

올초까지 선방하던 미국 뉴욕증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0여 년 만의 최대인 인플레이션과 사상 최초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경기 침체 공포가 합쳐진 결과다.

다우지수는 2020년 11월 이후 1년11개월 만에 29,000선을 내줬다. 9월 이후 S&P500지수는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S&P500 종목 중 53개가 지난달 30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스닥지수도 올 6월 기록한 연중 최저점을 깼다. 3대 지수 모두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 쇼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지난달 28일 중국 수요 부진으로 아이폰 증산 계획을 접었다는 소식에 이어 다음날 애플 투자의견을 내린 리포트까지 나오면서 애플 주가가 고꾸라졌다. 찬바람이 불기는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2%를 돌파했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도 연 3.8% 선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4분기에 자산시장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선 중간선거를 앞두고 증시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투자회사 CFRA의 분석에 따르면 중간선거가 있던 해 뉴욕증시는 2, 3분기에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4분기에 평균 6.4% 상승했다. 연말에 산타랠리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Fed의 긴축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큰 폭의 상승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Fed는 최소 내년까지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할 뜻을 시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투자자에게는 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달러 같은 현금을 들고 있는 게 최고”라고 했다. 마이클 하트네트 BoA 최고투자전략가는 “2022년은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고통스러운 변화의 해”라고 했다.

워싱턴=정인설/도쿄=정영효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