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사진)이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원유 감산은 현명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감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 상황에선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특히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경제난에 빠진 개발도상국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이 된 OPEC+가 지난 5일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감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OPEC+는 다음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옐런 장관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를 감안한 듯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유가를 낮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오랫동안 집중해 왔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을 비롯한 세계 190여 개국 재무장관은 오는 16일까지 1주일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파른 물가 상승세, 고강도 긴축정책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옐런 장관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차총회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문제도 거론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옐런 장관은 그러나 외환시장 개입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는 “달러 가치가 상당히 오르는 현상을 목격했지만 이는 국가 간 펀더멘털(기초체력) 차이 때문”이라면서 “지정학적 긴장과 각기 다른 통화 긴축 속도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옐런 장관은 동맹국들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많은 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자금을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