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가격이 지난 6월 말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러시아가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사건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을 폭격하면서 글로벌 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12월물은 전 장보다 57.75센트(6.56%) 오른 부셸당 9.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고공행진하던 밀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7월 튀르키예 등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에 합의하면서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 5월 부셸당 12달러를 웃돌던 밀 선물은 수출이 재개되면서 지난 8월 부셸당 7달러선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밀 가격이 반등한 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다. 지난 10일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폭격했다. 러시아는 밀 수출 세계 1위, 우크라이나는 밀 수출 5위 국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의 공격이 지난 8일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 사건의 보복 공격이라고 인정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2014년 무력 합병한 크림 반도를 잇는 19㎞ 길이의 다리다.

서방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시카고 기반 선물거래기업 프라이스퓨처스의 잭 스코빌 부사장은 “밀 가격은 지난 주말 전쟁 상황과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핵위협이 커졌다는 우려로 뛰어올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밀 수확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 농무부(USDA)는 최근 보고서에서 밀 수확량을 16억5000만부셸로 추산했다. 이는 최근 20년간 미국 밀 수확량 중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수치다. 시장 전망치인 17억7800만부셸과 지난 8월 전망치인 17억8300만부셸도 모두 밑돈다. 또다른 밀 생산국인 호주에서도 밀 재배 지역 일부에 폭우와 홍수가 발생해 작황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밀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품분석업체인 다린 뉴섬 애널리시스의 다린 뉴섬 최고경영자(CEO)은 “우크라이나가 올 가을에 밀을 심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옥수수와 대두 등 곡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였다. 옥수수 선물 12월물은 전장 대비 2.2% 오른 부셸당 6.98달러로 지난 6월 21일 이후 가장 높았다. 대두 선물 11월물은 0.5% 상승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