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영국의 미니예산 중 일부가 철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전망이 나오면서 13일 장중 영국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블룸버그통신과 스카이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리즈 트러스 영국 내각의 고위직들이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 관료들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의 주요 안건은 트러스 내각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미니예산의 일부 폐기였다.

미니예산은 최근 영국 금융시장 혼란의 ‘주범’으로 꼽힌다. 미니예산의 핵심인 대규모 감세안이 영국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영국 국채 가격 폭락(국채 금리 폭등), 파운드화 가치 추락 등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일었다.

이에 트러스 내각은 지난 3일 미니예산의 일부인 고소득층 감세안을 부분 철회하기로 했다. 중산층과 서민층이 에너지와 식료품 등의 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 감세 혜택이 부자에게 집중됐다는 야당과 여론의 비판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 참가자들은 미니예산을 더 폐기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러스 총리의 법인세율 동결 계획이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는 법인세율을 내년에 25%로 올리는 계획을 취소하고 현재 수준(19%)에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니예산의 유턴 가능성에 이날 한때 영국 파운드화 가치(미국 달러 대비)는 1.8% 오른 1.12달러대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도 한때 0.4%포인트가량 하락했다.

12일 트러스 총리는 하원의 총리 질의응답에서 공공지출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공공지출을 줄이지 않고 대신 잘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영국중앙은행(BOE)은 44억파운드어치의 장기 국채 등을 매입했다. 이는 BOE가 국채 금리 급등과 같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장기 국채를 한시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후 최대 액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