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차세대 메타버스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타 동영상 캡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차세대 메타버스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타 동영상 캡처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에 깜짝 방문했다. 최근 공개한 차세대 메타버스 헤드셋과 관련해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13일 비공개 일정으로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찾았다. 삼성전자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SDC(삼성개발자콘퍼런스) 참석차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를 방문한 한종희 DX(기기경험) 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MX사업부 사장과 등 삼성의 고위 임원진을 만나 협업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12일 SDC에서 원UI(사용자환경)5 등을 공개한 지 하루 뒤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은 SDC 폐막 이후 곧바로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방문,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혁신 트렌드와 미래 기술방향을 토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과 만난 저커버그는 최근 공개한 메타버스 헤드셋을 선보이는 한편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SDC 개막 하루 전인 11일 메타는 '메타 커넥트 2022'를 열고 차세대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를 VR(가상현실) 및 증강현실(AR) 개발자들에게 공개했다. 기존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2'보다 진일보된 성능을 장착한 메타 퀘스트 프로는 현실 세계에 VR을 결합한 MR(혼합현실)까지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다.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에 '올인'한 메타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이지만, 공개 직후 지나치게 짧은 사용시간 등 여러가지 단점이 지적됐다.

업계는 저커버그가 삼성 임원들에게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하며 적극 협업을 요청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 11일 메타 커넥트에서 "컴퓨팅 역사에서 개방형 생태계와 폐쇄형 생태계는 서로 경쟁을 벌여왔다"며 "우리의 역할은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통해 차세대 인터넷 시장에서 개방형 생태계가 승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SDC에서 개방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차세대 헤드셋 제조와 관련한 협업이 논의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여러가지 분야에서 이전 모델에 비해서 성능을 개선했지만, 가격이 1499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 대중화 되기에는 힘들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또 완전히 충전한 이후에도 사용 시간이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도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시장의 싸늘한 평가를 받고 메타의 주가는 신제품을 발표했던 당일 약 4% 하락했다.

이에 저커버그가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에 'SOS'를 요청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축적된 제조 노하우로 메타 헤드셋의 단점들을 보완한다면 지금보다 개선된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은 업계 1위지만 구글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VR과 AR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다른 빅테크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만큼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