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중국이 대만 무력 점령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블링컨 장관은 17일(현지시간) 스탠포드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대만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접근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면서 "중국이 이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로 대만을 점령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 통일 의지를 천명한 것에 대해 미국 최고위급 외교 인사가 내놓은 진단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현상유지(status quo)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결정을 내렸고, 훨씬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을 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대만 침공에 나설 시기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에 대해 외교가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주기적으로 비판해왔지만, 대만 침공에 대한 중국의 의도를 언급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이 부처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응답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중국은 국내에선 더 억압적이고 해외에선 더 공격적"이라면서 "중국은 (대만 점령을 위해) 평화적인 수단이 효과가 없다면 강압적인 방식을 동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