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하락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를 위축시킨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구리 11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55% 하락한 파운드당 3.362달러에 마감했다.

구리는 건축, 송전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사용되는 원자재다. 구리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세계 경기가 활력을 띨 것이란 의미다. 이때문에 구리는 세계 실물경기의 가늠자로 통하며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연초에 비해 가격이 24%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란 우려가 구리 가격을 끌어내렸다. 원자재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 중앙은행(Fed)과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의 누적된 금리 인상은 지난 몇 달 동안 구리 가격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연중 구리 가격./사진=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연중 구리 가격./사진=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이날 구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간 것 역시 침체 공포 때문이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개막한 가운데 시 주석은 고강도 도시 봉쇄를 중심으로 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그는 개막식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당위성과 효과를 강조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민들의 이동은 물론 산업 활동까지 제약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우선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구리 생산량 감소가 가격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리 주요 산지인 남아메리카의 구리 생산량이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어서다. 페루에선 지난 8월 구리 생산량이 1년 전 보다 1.5% 줄었다. 같은 기간 칠레의 구리 생산 감소폭은 10.2%에 달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페루와 칠레는 올해 내내 광산 활동 감소, 시위 등을 포함해 수많은 생산 차질을 겪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리 가격이 당분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Fed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강도 통화 긴축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Fed가 다음 달에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광범위한 통화 긴축은 장기적인 구리 수요를 계속해서 억누를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