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대 정유사인 엑슨모빌셰브론이 지난 3분기에만 44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시장 기대를 웃돈 실적에 정유업체들의 주가도 치솟았다.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슨모빌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쓴 가운데 2위 규모 기업인 셰브론의 주가도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에너지 위기가 길어지면서 당분간 에너지 업종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엑슨모빌, 뉴욕증시 시총 8위 등극

지난 30일 투자정보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 시가총액 규모 1위인 엑슨모빌과 2위인 셰브론의 지난 3분기 순이익 합산액은 308억9000만달러(약 44조원)를 기록했다. 엑슨모빌은 지난 3분기 순이익이 196억6000만달러(약 28조원)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순이익(67억5000만달러) 대비 191%나 늘어난 액수다. 주당순이익(EPS)은 4.45달러로 전년 동기(1.58달러)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시장정보업체인 팩트셋이 내놨던 추정치(3.86달러)를 웃돌았다.

호실적에 주가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8일 엑슨모빌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93% 오른 110.7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은 약 4614억달러(약 658조원)를 기록해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8위로 올라섰다. 9위 존슨앤드존슨(4572억달러), 10위 비자(4410억달러) 등을 제쳤다.

미국 2위 규모 정유사인 셰브론도 엑슨모빌과 같은 날 시장 기대를 웃돈 실적을 발표했다. 이 회사의 3분기 순이익은 112억3000만달러(약 16조원)로 전년 동기(61억1000만달러) 대비 84% 늘었다. EPS도 지난해 3분기 2.96달러에서 올 3분기 5.56달러로 88% 급등했다. 셰브론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1.17% 오른 179.9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인 181.13달러와 0.6%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셰브론의 시가총액 순위는 13위(약 3523억달러)로 반도체 시장 침체에 직면한 14위 엔비디아(3447억달러)를 앞질렀다.

이코노미스트 “유럽 에너지 위기 길어질 것”

미국 정유업체들의 호실적을 이끈 건 유럽의 에너지 위기였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일 컨퍼런스콜에서 “러시아의 공급 중단 우려로 천연가스 가격이 3분기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화석연료의 공급이 줄자 미국 정유사들이 유럽 수출량을 늘리게 됐다는 얘기다. 마이클 워스 셰브론 CEO도 “3분기 미국 내 석유와 가스의 생산량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고 짚었다. 셰브론의 페름기 유역 원유 생산량은 하루 70만배럴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수준이다.

당분간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난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이들 기업에 호재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1일 러시아의 대응 양상을 3가지로 나눠 유럽의 에너지 위기 상황을 예측했다. 긍정적인 시나리오마저도 유럽에서 연간 소비량의 17%에 해당하는 가스 공급량이 줄 것이란 예상이다. 러시아가 터키, 헝가리로 이어진 가스관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86달러까지 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6월 초 배럴당 12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31일 92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에너지 업종의 강세가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투자정보매체인 마켓인사이더는 지난 30일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2025년 에너지 부문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S&P500 11개 부문 중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오는 3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미국 3위 규모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도 호실적 기대감에 지난 28일 주가가 역대 최고치인 127.17달러를 기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