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분기 일본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을 냈던 소프트뱅크그룹이 이번 분기에는 3조엔(약 28조원) 넘는 흑자를 냈다. 알리바바 주식을 대량 매도한 덕분이다. 하지만 본업인 투자 부문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이어졌다.

소프트뱅크, 흑자 전환?…알리바바 매각으로 인한 착시
소프트뱅크그룹은 2022회계연도 2분기(7~9월) 3조336억엔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11일 발표했다. 실적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세 분기 만이다.

4~6월에는 분기 단위로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3조1627억엔의 손실을 냈다. 이번 분기에 3조엔 넘는 이익을 올린 덕분에 소프트뱅크그룹의 회계 상반기 순손실은 1291억엔까지 줄었다.

기록적인 분기 흑자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의 질은 좋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알리바바 주식을 대량 매각한 데 따른 일시적 반등이라는 것이다. 4~6월 대규모 적자 이후 소프트뱅크그룹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알리바바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6월 말 23.7%였던 알리바바 보유 지분은 9월 말 14.6%로 줄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알리바바 주식 매각으로 4조5815억엔의 현금을 마련한 덕분에 그룹의 부채 규모가 2조8497억엔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소프트뱅크그룹과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자회사인 비전펀드의 투자 성적은 부진했다.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번 분기 투자와 관련해 총 8496억엔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비전펀드에서도 4조3535억엔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직접 30분 이상 실적 발표와 향후 전략을 설명하던 관례를 깨고 인사말만 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측은 “손 회장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미래 성장과 관련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실적 발표회의 형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