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정문. /사진=한경DB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한경DB
한국인들은 뜨거운 교육열만큼 자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막상 투입한 비용 대비 성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14일 블룸버그는 OECD 회원국별로 인당 교육비 대비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비율을 산정한 결과 한국이 6.5배로 가장 저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교육비 지출액에 비해 근로자의 생산성이 약하다는 뜻이다. 일본은 7.8배였고 독일은 8.5배, 미국은 10.6배였다. 1위인 아일랜드는 22.8배였다. 블룸버그는 “10대 기준 한국은 아일랜드보다 40% 많은 교육비를 쓰지만, 근로자 인당 GDP는 아일랜드보다 60% 적다”고 분석했다.
<OECD 회원국 중 인당 교육비 대비 근로자 인당 GDP 비율>
자료: 블룸버그통신
<OECD 회원국 중 인당 교육비 대비 근로자 인당 GDP 비율> 자료: 블룸버그통신
블룸버그는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력의 지적 능력이 감퇴하는 나라라고도 지적했다. 16~24세와 55~65세의 문해력, 수리력 격차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가장 컸다. 블룸버그는 “한국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지만, 이들의 능력은 근로자가 된 이후 빠르게 줄어든다”며 “지속적인 훈련 부족, 자율성 부족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또 명문대 진학 등에 치중하는 한국인의 ‘황금티켓 증후군’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대학 졸업생 중 절반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갖게 되는 등 노동시장의 수요와 근로자 능력의 불일치가 선진국 중에서 가장 큰 나라라고도 덧붙였다.
<16~24세와 55~65세 사이의 문해력, 수리력 격차>
자료: 블룸버그통신
<16~24세와 55~65세 사이의 문해력, 수리력 격차> 자료: 블룸버그통신
많은 청소년들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면서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근로자의 생산성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과도한 사교육을 부르고, 교육비에 부담을 느낀 젊은 부부가 출산을 꺼리는 풍조로 연결된다고도 블룸버그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교육열은 경제적 성취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노동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도 해를 끼친다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한국의 교육을 들여다보면 명문대 진학을 향한 집착,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지속적인 학습 부족, 10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 중 하나인 사교육 등 문제가 발견된다”고 보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