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영국 내각이 지출을 줄이고 세수를 늘려 550억파운드(약 88조원) 규모 재정을 확충하기로 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301억파운드(약 48조1400억원) 규모 공공지출 삭감과 248억파운드(약 39조6700억원) 규모 세수 확대를 골자로 한 예산안을 발표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영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며 “영국이 금융시장에서 평온한 회복세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재정에 고통스러운 처방을 내리는 걸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출 축소안으로는 2500파운드(약 400만원)였던 가정 내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내년 4월부터 3000파운드(약 480만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 상한을 올려 정부의 에너지 지원금 지출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증세안으로는 소득세 최고세율인 45%의 적용 대상을 연소득 15만파운드(약 2억3900만원)에서 12만5140파운드(약 2억원)로 낮추기로 했다. 자본소득세의 연간 면세 상한은 1만2300파운드에서 내년 6000파운드로, 2024년 4월부터는 3000파운드로 줄이기로 했다.

올해 기록적인 실적을 낸 에너지 업체에 부과하는 횡재세도 더 걷기로 했다. 현재 25% 수준인 횡재세 세율을 35%로 올리기로 했다. 발전업체에는 세율 45%를 적용한다. 횡재세 적용 기한은 2026년에서 2028년으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헌트 장관은 횡재세 징수를 통해 내년 140억파운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에 적용했던 자동차세 면세 조치는 폐지한다.

영국 정부의 재정 운용을 평가하는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도 이날 중기 재정 전망을 발표했다. OBR은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9.1%, 내년 7.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부채 규모는 2026~2027년께 지난 3월에 내놨던 전망치보다 4000억파운드(약 640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