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보다 젊은세대에 인기"…이주민 몰린 日마을의 사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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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역전패 당한 한국 인구문제 (7)
'일본에서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의 인구대책
유명 관광지 후라노·비에이 옆의 무명마을
1985년 '사진마을' 선언…문화를 부흥 콘셉트로
사진고시엔 개최 등 '日 사진 수도'로 각광
이주지원금 '0'지만 25년 연속 인구 늘어
'일본에서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의 인구대책
유명 관광지 후라노·비에이 옆의 무명마을
1985년 '사진마을' 선언…문화를 부흥 콘셉트로
사진고시엔 개최 등 '日 사진 수도'로 각광
이주지원금 '0'지만 25년 연속 인구 늘어
일본의 수도는 도쿄지만 사진의 수도는 '일본에서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 히가시카와다. 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 2대 도시 아사히카와와 유명 관광지 비에이, 후라노에 둘러싸인 상대적으로 무명의 마을. 하지만 일본에서 유일하게 25년 연속 인구가 늘어난 지방으로 주목받고 있다.
히가시카와는 1985년 6월 '사진의 마을', 2014년 3월에는 '사진 문화의 수도'임을 선언했다. '일본에서 사진에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이 히가시카와가 내건 슬로건이다. 히가시카와는 일본의 사진 수도로서 손색이 없는 풍광을 지녔다.
일본 최대 국립공원인 다이세츠산국립공원의 웅장한 산세와 지평선까지 보이는 평야가 대조를 이룬다. 평야지대가 바둑판 모양으로 정비된 덕분에 도로는 직선 뿐. 일본에서는 상당히 이색적인 풍경이다. 여름과 겨울의 풍경이 전혀 달라서 하나의 세상에 두 개의 히가시카와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히가시카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이 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05년 '아름다운 히가시카와 풍경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조례'를 제정했다. 히가시카와에서 마을을 조성하고 신축 주택을 지을 때 지켜야 할 규정이다. 촌장(한국의 군수)이 바뀌더라도 정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아예 조례로 못 박았다.
히가시카와 조례는 꽤 까다롭다. 히가시카와에서 집을 지으려면 자재는 가능한 한 목재를 사용하고, 지붕은 삼각형이어야 한다. 외벽의 색깔도 정해져 있고, 미관을 해치는 오일 탱크(홋카이도의 집들은 혹독한 겨울철 난방을 위해 별도의 등유탱크를 설치한 곳이 많다.)는 숨겨야 한다.
도로에서 최소 30㎝ 안쪽까지 잔디밭을 깔고, 정원에는 적어도 두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덕분에 히가시카와 고유의 스타일을 갖춘 전원주택촌이 생겨났다.
히가시카와는 1994년부터 매년 사진 고시엔 대회를 개최한다. 사진 고시엔 출전 학교를 선발하는 방식은 야구 고시엔과 같다. 일본 각 지구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교 18곳이 일주일 동안 히가시카와에서 머물면서 찍은 사진으로 우승을 가린다. 사진 고시엔 결승전이 끝나면 곧바로 국제사진페스티벌을 열어 분위기를 띄운다. 사진 고시엔이라는 이색적인 대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만화도 제작됐다.
'일본에서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마을', '일본의 사진 수도' 선언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구 대책이다. 히가시카와는 비에이와 후라노 같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아니라 쭉 살아보고 싶은 거주지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히가시카와도 일본의 다른 시골 마을처럼 인구 감소의 길을 걸었다. 1만2000명이었던 인구가 1994년에 7000명 밑으로 줄었다. 2022년 4월30일 현재 인구는 8480명으로 25년새 20% 늘었다. 시골 마을이지만 외국인 주민도 5%(398명)나 된다. 다른 지자체처럼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뿌려서가 아니다. 미야모토 이부키 히가시카와군청 지역이주협력대 담당자는 "히가시카와는 이주자에게 지원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며 "히가시카와를 좋아하고 이해해 주시는 분들의 이주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금을 주기는 커녕 '아름다운 히가시카와 풍경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조례'에서 보듯 집 한 채 짓는데도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 붙는다. 조례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소득 수준을 갖춰야 히가시카와에 이주가 가능하다. 이주자를 사실상 선발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런데도 전체 인구의 54%가 이주자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마을도 젊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고령화율)이 32%에 불과하다. 일본 시골 마을은 대부분 고령화율이 50% 안팎이다. 은퇴자는 20%에 불과하고 육아 세대가 많이 이주해오는 덕분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령자보다 젊은 이주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 수 밖에 없다. 고령자 비율이 늘면 사회보장비 등으로 나가는 돈이 많지만 젊은 세대나 고소득 은퇴자가 이주해 오면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히가시카와 조례는 꽤 까다롭다. 히가시카와에서 집을 지으려면 자재는 가능한 한 목재를 사용하고, 지붕은 삼각형이어야 한다. 외벽의 색깔도 정해져 있고, 미관을 해치는 오일 탱크(홋카이도의 집들은 혹독한 겨울철 난방을 위해 별도의 등유탱크를 설치한 곳이 많다.)는 숨겨야 한다.
도로에서 최소 30㎝ 안쪽까지 잔디밭을 깔고, 정원에는 적어도 두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덕분에 히가시카와 고유의 스타일을 갖춘 전원주택촌이 생겨났다.
히가시카와는 1994년부터 매년 사진 고시엔 대회를 개최한다. 사진 고시엔 출전 학교를 선발하는 방식은 야구 고시엔과 같다. 일본 각 지구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교 18곳이 일주일 동안 히가시카와에서 머물면서 찍은 사진으로 우승을 가린다. 사진 고시엔 결승전이 끝나면 곧바로 국제사진페스티벌을 열어 분위기를 띄운다. 사진 고시엔이라는 이색적인 대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만화도 제작됐다.
'일본에서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마을', '일본의 사진 수도' 선언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구 대책이다. 히가시카와는 비에이와 후라노 같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아니라 쭉 살아보고 싶은 거주지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히가시카와도 일본의 다른 시골 마을처럼 인구 감소의 길을 걸었다. 1만2000명이었던 인구가 1994년에 7000명 밑으로 줄었다. 2022년 4월30일 현재 인구는 8480명으로 25년새 20% 늘었다. 시골 마을이지만 외국인 주민도 5%(398명)나 된다. 다른 지자체처럼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뿌려서가 아니다. 미야모토 이부키 히가시카와군청 지역이주협력대 담당자는 "히가시카와는 이주자에게 지원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며 "히가시카와를 좋아하고 이해해 주시는 분들의 이주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금을 주기는 커녕 '아름다운 히가시카와 풍경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조례'에서 보듯 집 한 채 짓는데도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 붙는다. 조례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소득 수준을 갖춰야 히가시카와에 이주가 가능하다. 이주자를 사실상 선발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런데도 전체 인구의 54%가 이주자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마을도 젊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고령화율)이 32%에 불과하다. 일본 시골 마을은 대부분 고령화율이 50% 안팎이다. 은퇴자는 20%에 불과하고 육아 세대가 많이 이주해오는 덕분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령자보다 젊은 이주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 수 밖에 없다. 고령자 비율이 늘면 사회보장비 등으로 나가는 돈이 많지만 젊은 세대나 고소득 은퇴자가 이주해 오면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