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정 의사를 밝혔다. IRA 개정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것으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국 보조금 차별 문제도 해소될지 주목된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할 필요성도 인정했다.

IRA 조정 가능성 첫 시사

바이든 "美 IRA 결함 있다"…수정 가능성 첫 언급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변화와 관련해 3600만달러 규모의 법안을 처리하다 보면 조정이 필요한 결함(glitches)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국가들이 근본적으로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미세한 조정 방안들(tweaks)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이 미 연방의회에서 IRA를 비판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고려해 IRA의 문제점을 처음 시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마크롱 대통령은 “IRA는 프랑스 업계 사람들에게 아주 공격적”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는 예외로 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FTA가 아니라 동맹국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처럼 중국이 미국에 컴퓨터 칩을 팔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의도”라며 “결코 미국과 협력하는 이들을 제외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 휴전 협상 본격화하나

바이든 대통령이 IRA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일부 규정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론한 것처럼 FTA 관련 내용이 우선 개정 사항으로 꼽힌다. 전기차 보조금의 세부 규정인 핵심광물 요건이 FTA 체결국에서 동맹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IRA에 따르면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 사용 시 3750달러의 보조금이 각각 지급된다.

하지만 한국이 대표적 차별 조항으로 꼽아온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로 제한한 보조금 대상을 수정해줄지는 미지수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법에 써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세한 조정” 정도로 얘기해 대대적인 수정 의사는 없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IRA 규정상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식으로 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4일 미 재무부에 보낸 1차 의견서를 통해 한국산 전기차에도 동일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관련 규정 시행을 3년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에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을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버, 리프트 등 차량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는 차량까지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에 넣어달라는 내용의 2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3년간 상업용 친환경차의 세액공제 총액 제한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모색하기로 결단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나는 그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크렘린궁은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열려 있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 철수는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소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