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19일(현지시간) 마련했다. 내년 2월부터 1년 동안 적용된다. 상한선은 현재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TTF 선물 시세보다는 높다.

이날 EU 에너지장관이사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합의를 이뤘다. 내년 2월 15일부터 1년 동안 적용된다.

합의의 골자는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이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 이상이고, 세계 액화천연가스(LNG)보다 35유로 비싸다는 두 가지 요건이 3일 연속 지속되면 바로 가스 상한제를 발동시킨다는 것이다. 가격상한제가 일단 발동되면 최단 20일 동안 유지된다. 이후 마지막 3일 동안 180유로 이하로 가격이 유지되면 발동이 해제된다. 가격 상한제 부작용이 클 경우 바로 푼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에너지 공급 안보나 재정 안정성, EU 내 가스 흐름상 위험성이 있거나 가스 수요 증가 위험이 있을 경우를 EU는 예시로 들었다.

이날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내년 1월물 기준)은 ㎿h당 108.54유로로 장을 마쳤다. 전 장보다 6.3% 하락했다.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은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최근 3개월 동안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 추이>
자료: ICE
<최근 3개월 동안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 추이> 자료: ICE
EU의 가스 가격 상한선은 현재 가격보다는 다소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찍은 8월 가격인 349유로와 EU 집행위가 처음으로 제안했던 275유로보다는 낮다. 가스 가격 상한제를 둘러싸고 EU 회원국들 사이 논란이 일면서 절충하는 과정에서 상한선이 조정됐다. 회원국들 사이 이견이 이어지자 순환의장국인 체코 정부는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 대신 가중다수결제 투표로 결론을 지었다. 가중다수결제는 EU 27개 회원국 중 55%에 해당하는 15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한 국가들의 전체 인구가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일 경우 표결 결과를 인정하는 EU의 제도다. 친러 성향이 강한 헝가리가 반대했고,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는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조처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