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3년간 지속됐던 강세장은 끝났다. ‘장밋빛 꿈’으로 증시를 이끌던 성장주가 고꾸라지자 투자자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받쳐주는 가치주로 피신했다. 미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통화 정책을 펼치며 초저금리가 깨졌고, 시중 유동성은 확 줄었다. 암호화폐 시장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금융시장의 특징을 이같이 총 5가지로 정리했다.

발단은 ‘저금리의 종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에서 십수년 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끝났다. Fed는 올 초 0~0.25%였던 기준금리를 4.25~4.5%까지 끌어올렸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뒤따랐다.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겠지만 초저금리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는 내년 5%를 웃돌다 장기적으로 2.5%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 유동성도 대폭 축소됐다.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Fed와 영국 중앙은행 등이 국채매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규모는 1990년 이후 최저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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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S&P500은 600%가량 상승했지만 올 들어 20% 이상 하락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 설립자 니콜라스 콜라스에 따르면 이 손실분의 95%는 단 5일 동안 발생했다. 각각 5월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돼 Fed의 고강도 통화긴축 우려를 키운 6월 13일과 9월 13일, 유통기업인 타깃과 월마트의 어닝 쇼크로 인플레이션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확인한 5월 18일, 아마존과 애플의 실적 우려가 커진 4월 29일 등이다.

기술주가 부진하자 증시에서는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적과 기업 자산 대비 저렴한 주식을 찾는 가치주 투자법은 위험 부담이 적다. 이코노미스트는 “강세장에서는 가치주 투자가 외면받았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만큼 먼 미래만 보고 성장주에 투자하기보다는 당장 이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이 줄어들며 암호화폐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 암호화폐가 폭락했고, 투자자들의 거액 인출이 계속되자 FTX를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파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방만한 경영 등 민낯도 드러났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라이드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암호화폐 버블이 꺼졌다는 평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