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지난해 연간 전기차 인도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지난해 고객에게 총 131만 대의 차량을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134만 대)는 물론 머스크가 당초 제시한 목표치(140만 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65% 폭락한 테슬라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 투자자와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머스크가 트위터 개혁보다 전기자동차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장 속도 의심받는 테슬라, 올해 주가 더 고꾸라지나

대대적 판촉에도 실적 부진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차량 인도 대수는 40만5278대다. 처음으로 분기 기준 40만 대를 넘으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높아진 시장 예측치(42만7000대)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테슬라는 작년 말 미국에서 모델3, 모델Y 등 차량에 대해 7500달러 할인이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중국에선 보험·배송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가 정책을 고수하던 테슬라가 할인 판매 등 대대적인 판촉에 나섬에 따라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연간 인도량은 테슬라가 제시한 목표에 미달했다. 테슬라가 지난 한 해 동안 고객에게 전달한 물량 131만 대는 전년보다 40%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주주 콘퍼런스에서 “연간 고객 인도 물량을 전년보다 50% 늘리겠다”던 머스크의 공언은 실현되지 못했다. 생산량도 137만 대로 전년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가 “올해 전망도 어둡다”

하지만 월가에선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 둔화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니 사코나기 번스타인 연구원은 “테슬라는 심각한 수요 부진 문제에 직면했다”며 “성장 목표를 낮추거나 가격 할인 정책을 세계적으로 확대·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한때 80%에 육박했던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61%로 쪼그라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는 경제 불확실성, 높은 금리, 전기차 시장 경쟁 격화 등으로 테슬라가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올해 테슬라 인도 물량이 192만 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주가가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며 “경기침체에 의한 수요 둔화 등의 악재로 인해 올해도 매출과 주가 모두 부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한 재니지안 그리니치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테슬라의 현재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방식을 전통 완성차업체에 대한 평가 방식으로 바꾸면 60% 추가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