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일본 자동차의 굴욕…사상 처음 인도에 밀렸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의 자동차 시장이 처음 인도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를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하는 인도와 반대로 일본 자동차 시장은 45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든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2년 인도의 신차 판매대수가 최소 425만대로 420만대에 그친 일본을 제치고 처음 세계 3위로 올라섰다고 6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은 중국, 2위는 미국이다. 2021년 중국과 미국의 신차 판매대수는 각각 2627만대와 1540만대였다. 한국은 173만대였다. 중국은 2006년 일본, 2009년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됐다.

인도자동차공업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인도의 신차 판매대수는 413만대였다. 여기에 인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마루티·스즈키가 지난 1일 발표한 12월 판매실적을 합하면 판매량이 425만대로 늘어난다.

나머지 자동차 회사들의 12월 실적이 발표되면 최종 판매대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14억명의 인구와 중산층의 확대를 배경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전날 발표된 2022년 일본의 신차 판매대수(경차 포함)는 420만1321대로 1년 전보다 6% 감소했다. 판매량이 4년 연속 감소하면서 일본 자동차 시장은 1977년(419만대) 이후 45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가 됐다.

777만대가 팔린 1990년에 비해서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인구가 2015년부터 감소하고, 일본인들의 급여 수준이 30년째 제자리인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부족으로 일본 완성체 업체들이 신차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영향도 크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업체별 실적도 부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 1위 자리를 제너럴모터스(GM)에 내줬다. GM의 미국시장 판매량은 227만4088대로 2.5% 늘어난 반면 도요타는 210만8000대로 9.6% 줄었다.

도요타는 2021년 GM을 누르고 처음으로 미국 시장 1위 자리에 올랐었다. 닛산과 혼다도 각각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 판매량이 각각 25%, 12.1%씩 줄어드는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