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우리는 세 번째 상전벽해를 경험하고 있다"
"1969년 투자업계에 뛰어든 이후 여러 차례 거품과 폭락을 목격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상전벽해’는 두 차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세 번째 ‘상전벽해’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사진)은 ‘상전벽해(Sea Change)’라는 제목으로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메모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기존과 다른 투자 환경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의미다.

막스 회장이 꼽는 첫번째 상전벽해는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 변화’다. 1970년대 투자적격 회사채뿐 아니라 신용도가 낮은 투자부적격 회사채 투자가 새롭게 등장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을 넘어 감수하고 받아들이는 대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은 변화가 부실채권, 구조화 금융, 사모 대출 등 다양한 투자 유형이 출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상전벽해는 ‘수십년간 지속된 금리 인하’다. 그는 “폴 볼커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1979년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렸다”며 “볼커의 강경한 조치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40년 동안 이어진 금리 하락의 서막이 열렸다”고 말했다.

리스크에 대한 인식 변화와 금리 인하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투자 낙관론의 부활 △공격적 투자 수단을 활용한 수익 추구 △증시 급등세 등이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S&P 500지수는 1982년 8월 102에서 지난해 1월 4790선까지 뛰기도 했다.

하지만 막스 회장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등 비관론이 낙관론을 밀어내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S&P 500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수년간 기준금리가 연 2~4%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 번째 ‘상전벽해’를 맞아 기존과 다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막스 회장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었다”며 “과거에 통했던 투자전략이 앞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1995년 막스 회장이 만든 오크트리캐피털은 16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굴리는 초대형 자산운용사다. 그가 투자자들에게 전송하는 ‘메모’는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도 “메일함에 막스의 메일이 있으면 그것을 가장 먼저 읽는다”고 말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하워드 막스의 메모 전문을 국내에서 독점으로 전재하고 있다.

아래는 막스 회장이 오크트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메모의 전문

저는 투자계에 몸담았던 지난 53년 동안 무수한 경제 사이클, 시계추 움직임, 광기와 공포, 거품과 폭락을 목격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전벽해를 겪었던 것은 단 두 번입니다.

제 생각에 지금 우리는 세 번째 상전벽해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투자 메모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제가 투자운용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1969년에는 당시에 제 직장이었던 은행을 포함해서 상당수 은행이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에 주식 포트폴리오를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니프티 피프티는 급성장하는 초우량 기업으로 평가받던―너무나도 우량해서 악재 따위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종목들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모두가 이 종목들만큼은 ‘주가가 결코 고평가될 수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제가 입사했을 무렵에 니프티 피프티를 매수해서 1974년까지 보유했다고 가정하면 9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미국 초우량 기업들에 대한 지분을 소유한 결과였습니다. 추정되는 가치는 성공적인 투자나 안전의 동의어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반면에, 채권 시장의 경우 무디스는 B 등급 회사채를 ‘바람직한 투자의 요소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적절한 금융 행동이었던 까닭에 BB 등급 이하의 투자부적격 회사채는 수탁기관의 접근이 금지된 영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후에 하이일드 채권이라는 이름이 붙은 회사채는 신규 발행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던 1970년대 중반에 마이클 밀컨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디폴트 리스크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자를 지급한다면 투자부적격 회사채를 발행하고 신중한 투자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가졌습니다. 저는 1978년부터 이런 채권에―어쩌면 미국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기업들의 회사채에―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수익을 올렸습니다. 다시 말해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투자적격 회사채만을 매입하는 것이 기존의 신중한 채권투자였다면 이제는 투자 매니저가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다는 전제하에 거의 모든 등급의 회사채를 신중하게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제가 채권투자에 첫발을 뗐던 무렵에 약 20억 달러였던 하이일드 채권 시장의 규모는 오늘날에는 1.2조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명백히 투자업계의 중대한 방향 전환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하이일드 채권 발행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현금을 지불하거나 거액을 차입한 후에도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만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하이일드 채권 발행할 수 있으면서 더 이상 투자적격 등급을 획득하거나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짐에 따라 규모가 작은 기업도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변화로 인한 가장 대표적인 결과로서 차입매수가 가능해졌으며 오늘날의 사모투자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하이일드 채권이나 사모투자보다도 새로운 투자자 사고방식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리스크는 반드시 회피해야 하는 요인이 아니라 상대적인 수익률을 고려하여 희망을 품고 현명하게 감수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리스크/수익률 사고방식은 부실채권, 모기지담보증권, 구조화 금융, 사모 대출 등 다양한 투자 유형이 출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오늘날의 투자계는 50년 전과는 유사점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투자계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은 과거에 투자자들이 리스크/수익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 충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리스크/수익률이 전부입니다. 그러므로 상전벽해가 일어난 것입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거시경제계에서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OPEC이 1973~1974년에 석유 수출을 금지하자 원유 가격이 불과 1년 만에 배럴당 24달러에서 거의 65달러까지 치솟는 사태로부터 비롯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유가 급등으로 인해 수많은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으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촉발됐습니다. 1970년대에는 미국의 민간부문이 지금보다 훨씬 더 노조화되어 있었으며 상당수 기업의 단체협약에 물가 연동 임금 인상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던 까닭에 인플레이션이 임금 인상을 촉발하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하면서 또다시 임금 인상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벌어졌습니다. 끊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악순환은 강력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부추겼으며 많은 경우 그 성격대로 예상이 현실이 됐습니다.

1972년에 3.2%였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974년에 11.0%로 상승했다가 이후 4년간 6~9%대로 주춤하는가 싶더니 1979년에 11.4%, 1980년에 13.5%로 반등했습니다. WIN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자’) 배지와 물가 통제 그리고 1974년에 13%에 도달했던 연방기금금리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인플레이션 대책으로도 완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절망감이 엄습했습니다. 1979년에 연준 의장으로 임명된 폴 볼커가 1980년에 연방기금금리를 20%로 인상하는 결단력을 보인 후에서야 겨우 인플레이션이 안정됐으며 인플레이션 심리가 꺾였습니다. 그로 인해 1983년 말에 인플레이션이 3.2%로 하락했습니다.

볼커가 인플레이션을 진화하는 데 성공하자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한 자릿수 후반대로 인하할 수 있었으며 1980년대 내내 그 수준을 유지하다가 1990년대 들어 한 자릿수 중반대로 낮췄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이후 40년 동안 지속된 금리 하락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후반부에서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가 평생 경험한 두 번째 상전벽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금리 하락세는 리스크/수익률 개념이 등장하고 불과 몇 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됐으며 이 두 요인이 결합하여 (a) 투자자 낙관론의 부활, (b) 공격적 투자 수단을 이용한 수익 추구, (c) 40년에 걸친 경이로운 증시를 불러왔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1982 년 8월에 102에서 출발한 S&P 500지수는 평균 연 복리 수익률 10.3%를 기록하면서 2022년 초에는 4796까지 상승했습니다. 놀라운 시대였습니다. 금융과 투자에 종사하면서 이 시대에 동참할 수 있었다면 그보다 더한 행운은 없을 것입니다.

<유리한 순풍>
지난 40년 동안 투자자들의 성공을 뒷받침했던 요인들은 무엇일까요? (a) 미국의 경제 성장과 우위, (b) 우량 기업들의 놀라운 실적, (c) 기술, 생산성, 경영 기법의 발전, (d) 글로벌화에 따른 수혜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40년에 걸친 금리 하락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1970년대에 ‘프라임레이트에 0.75%를 가산’한 금리로 시카고의 한 은행에서 대출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머니 센터 은행들이 우량 고객에게 적용하던―LIBOR 금리의 전신인―기준 금리를 의미합니다) 매번 금리가 변동될 때마다 은행에서 제게 통지서를 보냈는데 당시에 저는 1980년 12월 고점에서 제가 받은 통지서를 액자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대출 금리가 무려 22.25%로 상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40년 후에는 고작 2.25%에 10년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00bp 가 하락한 것입니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금리가 하락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 소비자가 외상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기업이 시설·설비·재고자산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하므로 경제 성장이 가속화됩니다.
• 차주에게 (대주와 예금자의 희생을 전제로) 보조금이 제공됩니다.
• 기업의 자본비용이 감소하므로 수익성이 개선됩니다.
• 자산의 공정가치가 상승합니다. (이론상으로 자산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한 현재가치로 정의됩니다. 할인율이 낮을수록 현재가치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금리가 하락하면 PER이나 기업가치 같은 가치 척도가 상승하고 부동산 자본환원율이 낮아집니다.
• 투자자가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산으로부터 기대하는 수익률이 낮아지므로 지불하는 가격이 상승합니다. 이러한 원리는―‘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는―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확연하게 발현되지만, 투자계 전반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 가격이 상승하므로 ‘부의 효과’가 일어나 가계의 재산이 늘어난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소비 욕구가 증가합니다.
• 마지막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동시에 차입 비용은 감소하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자산을 매입하는 사람은 노다지를 캐게 됩니다. 마지막 효과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금리 하락기에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매수자를 가정해봅시다.
• 매수자는 기업을 분석한 후에 연간 10%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매수하기로 결정합니다.
• 그는 자본시장 담당자에게 대금의 75%를 차입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문의합니다. 8%라는 답변을 들은 그는 이제 거칠 것이 없습니다. 8% 금리로 차입한 자본의 4분의 3 으로부터 10% 수익률을 올릴 경우 나머지 4분의 1 (자기 자본)에 대한 수익률을 16%로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 은행 간 대출 경쟁으로 인해 금리가 8%가 아닌 7%가 되면 투자 수익률이 더욱 높아집니다(레버리지 수익률 19%).
•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이 갈수록 하락하며 고정금리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 5%로 연장이 가능합니다. 이 투자는 홈런을 쳤습니다(다른 조건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레버리지 수익률이 25%입니다).

위의 설명은 금리 하락이 피인수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 가치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사모펀드를 비롯한 그 밖의 레버리지 전략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저는 최근에 고객을 방문한 자리에서 장기간에 걸친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을 설명할 수 있는
비유를 하나 떠올렸습니다. 공항에 가면 지친 여행자가 편안하게 서서 이동할 수 있는 무빙워크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위에서 가만히 서 있지 않고 평상시 속도로 걸으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동 속도는 걷는 속도와 무빙워크가 전진하는 속도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0년간 투자자들에게 바로 이런 상황이 전개됐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들은 경제와 피투자 기업의 성장 그리고 그에 따른 소유권 지분 가치의 상승을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 더하여 금리 하락이 불러온 무빙워크에 올라탄 상태였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지만 그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기간에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돈은 상당 부분이 급격한 금리 하락에 따른 순풍으로부터 기원했습니다. 지난 40년간 금리 하락이 미친 영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경험>

글로벌 금융위기가 종식된 2009년 말부터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까지는 초저금리로
대변되는 시기였으며 거시경제 환경은―그리고 그로 인한 영향은―매우 비정상적이었습니다.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거의 제로로 인하한
2008년 말에 역대 최저점에 도달했습니다. 그러한 저금리에 더하여 연준이 경제에 유동성을
투입하기 위해(그리고 아마도 투자자의 공포를 막기 위해)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가
추가됐습니다. 그로 인한 결과는 대단했습니다.

• 저금리와 막대한 유동성은 경기를 부양했으며 시장의 폭발적인 상승을 촉발했습니다.
• 견조한 경제 성장과 낮은 이자 비용이 기업의 이윤을 확대했습니다.
•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치 척도가 상승하면서 자산 가격을 떠받쳤습니다. 10년 이상
주가가 쉴 새 없이 상승했으며 몇 차례 하락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수개월에 그쳤습니다. 2009년 3월에 667까지 떨어졌던 S&P500 지수는 2020년 2월에 3386에 도달하면서 연 복리 수익률 16%를 기록했습니다.
• 시장의 활황세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투자자들이 위기를 경계하는 리스크 회피 심리를 버리고 리스크 감수로 돌아서도록 부추겼습니다. 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혼자만 뒤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인―FOMO 가 득세했습니다. 매수자는 사려는 의지가 강했고 보유자는 팔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 투자자의 매수 욕구가 되살아나자 자본시장이 재개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싸졌습니다. 대주가 돈을 굴리려는 의욕이 강해지면서 차주는 대주를 보호하는 제약 조항이 허술한 상태에서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 안전한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 보잘것없는 수준에 그치자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자산을 매입했습니다.
• 경제 성장과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디폴트와 파산은 드물었습니다.
• 주된 외생 변수는 글로벌화의 확대와 무력 분쟁의 감소였습니다. 두 요인 모두 명백하게 유익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 이 기간에 미국은 역사상 가장 긴 경제 회복(그와 동시에 가장 더딘 회복)과 강세장을 구가했으며 둘 다 모두 10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상당 부분이 멈춰 서자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개월에 걸쳐 구상하여 시행에 옮겼던 부양책을 황급히 꺼내 들었으며 불과 몇 주 만에 이전보다 훨씬 방대한 규모로 단행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통상적인 적자 재정에 더하여) 대출과 막대한 재난지원금을 풀었습니다. 그로 인해 2020년 3월부터 2021년 말까지 전개된 상황은, 신속한 경기 반등과 그보다 더 신속한 시장 회복을 포함하여, 위에서 설명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상황과 판박이였습니다. (2020년 3월에 2,237이었던 S&P 500지수는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첫날에 4,796으로 114% 상승했습니다.)

마치 영겁처럼 느껴지는 기간인 2012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제 강연의 통상적인 제목은 ‘저수익률 환경에서의 투자’였습니다. 당시의 여건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자산군의―그중에서도 특히 채권의―기대 수익률이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저는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된 선택지를 열거했습니다.

• 기존과 동일하게 투자하되 과거보다 수익률이 낮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
• 시장 조정에 대비하여 리스크를 축소하고 더 낮아진 수익률을 감내한다.
• 현금을 선택하고 제로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시장이 하락하여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를 희망한다.
• 높은 수익률을 좇아 리스크를 확대한다.

위의 선택지는 모두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으며 거기에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수익률 환경에서는 이론상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투자 메모를 꾸준히 탐독하는 독자라면 투자 환경을 분석하는 저의 관점이 데이터가 아닌 느낌과 추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최근에 저는 위의 기간을 설명할 일이 있으면 아래의 항목 리스트를 제시하곤 합니다. (여러분이 아래 설명에 동의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2009~2021년의 기간(2020년의 몇 달은 제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낙관론이 득세하고 우려가 자취를 감췄던 시기였습니다. 낮은 인플레이션 덕분에 각국 중앙은행은 팽창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양호한 경제 성장, 쉽고 싸게 접근할 수 있는 자본, 부실 가능성의 불식으로 대변되는 이 시기는 기업과 자산 소유자에게는 황금기였습니다. 자산 소유자와 차주의 시장이었습니다. 무위험 지표금리가 제로로 떨어지고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며 누구나 고위험 투자에 기꺼이 뛰어드는 상황에서 대주와 바겐 헌터에게는 곤혹스러운 시기였습니다.

저는 최근에 고객을 만난 자리에서 오크트리가 채권에 주력하고 가치 투자와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2009년부터 2019년까지는 ‘황야에서’ 보낸 시기였다고 비유했습니다. 실례로서, 오크트리는 2007~2008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와중에도 성공적으로 운용한 이후에 당시의 투자 환경을 감안할 때 승계 펀드 조성액을 절반으로 낮추고 후속 펀드에서 또다시 반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기간에 오크트리의 총 운용 자산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증가했으며 대다수 폐쇄형 펀드의 수익률은 양호하긴 했지만, 내부 기준에 비추어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마치 기나긴 역경처럼 느껴졌습니다.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
당연히, 상황은 지난 1년여 동안 모두 뒤바뀌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격리가 해제되면서 풀린 터무니없이 많은데 (생산과 운송이 제때 재개되지 못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소비할 재화와 용역은 턱없이 부족해진 2021년 초부터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돈을 풀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부양이 불필요한 시점에 (특히 가계의) 수요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인플레이션은 2021년 내내 악화 일로를 걸었으며 연말에 이르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연준은 11월부터 채권 매입을 축소하기 시작하고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돌입하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2021 년 대부분의 기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을 방관했던 증시는 연말을 전후하여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상황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제가 메모 투자자 심리 분석 (On the Couch) (2016년 1월)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 세계의 일들은 ‘아주 좋다’와 ‘별로 좋지 않다’를 반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직전까지만 해도 사소하게 여겨지던 상황이 돌연 재난으로 해석되면서 인식이 ‘완벽’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금리가 높으면 요구 수익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러자 금리가 낮았을 때 적정한 주가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던 주식의 PER 이 고금리에 반비례하여 하락했습니다.
• 마찬가지로, 금리가 급등하자 회사채 가격에도 통상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하락하자 FOMO 가 사라지고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 시장 하락세가 거세지면서 2020년과 2021년에 가장 우량한 실적을 올렸던 것들(기술주, 소프트웨어, SPAC, 암호화폐)이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면서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 외생 변수는 특히 하락장에서는 시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며 2022년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 우크라이나 사태는 곡물·석유·가스 공급에 지장을 초래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했습니다.
• 긴축 통화 정책은 경기를 둔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그로 인해 경기 후퇴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 경기 후퇴가 이익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영향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습니다. 그러자 2022년 1~9월에 S&P 500지수는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연간 최대 낙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지금은 상당히 회복된 상태입니다.)
• 경기 침체가 전망되자 채무 디폴트 증가에 대한 두려움도 확대됐습니다.
• 신규 증권 발행이 어려워졌습니다.
• 저금리 환경에서 바이아웃 자금 지원을 약정한 은행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브릿지론이 액면가로는 매각이 불가능하게 ‘걸친’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이러한 대출은 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 이러한 걸친 대출로 인해 은행들은 신규 거래에 약정할 수 있는 금액을 어쩔 수 없이 삭감해야 했으며 매수자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위에 열거된 상황들이 진행됨에 따라 비관론이 낙관론을 밀어냈습니다. 쉽게 돈을 벌고 차주와 자산 소유자가 희희낙락하던 시장이 일순간에 소멸했습니다. 이제 대주와 매수자가 유리한
입장에 섰습니다. 채권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과 강화된 채권자 보호 조항을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재무부채권보다 1,000bp 높은 수익률 스프레드를 제시하는 대출과 회사채로 구성되는―부실채권 후보가 수십에서 수백으로 급증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환경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맨 오른쪽 열이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면 지금 우리는 2021년과 2020년 말, 2009~2019년 기간 전체 그리고 지난 40년 중 대부분의 기간에 득세했던, 가운데 열에 열거된 조건이 완전히 역전되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투자 선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불과 1년 전의 저수익률 환경에서는 하이일드 채권이 4~5%의 수익률을 제시했습니다. 상당수 채권이 3%대로 발행됐으며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 회사채 중에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2%대 ‘핸들’이 붙었습니다. 6% 내지 7% 수익률이 요구되는 기관의 경우 이러한 회사채는 유용성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채권의 수익률이 약 8%대로 이는 디폴트를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채권으로부터 발생하는 계약상 현금흐름을 통해 주식과 유사한 수익률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신용 수단은 유형을 불문하고 투자자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일조하는 실적을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전망>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앞으로도 수년간은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그 누구도 인플레이션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익숙해진 수준을 계속해서 웃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의 향방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이 얼마나 진전을 보이는가에 주로 달려 있습니다. 만약 그 과정에서 금리가 훨씬 더 높이 상승한다면 이후에는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하락 시기나 정도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제가 거시 예측을 도외시한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지만 최근 들어 금리의 추이에 대한 저의
견해를 묻는 고객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간략하게 피력하고자 합니다. (오크트리의
투자 철학은 마치 자신의 견해가 옳은 양 행동하는 것을 금할 뿐 견해를 피력하는 행위 자체를 금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최근에 S&P 500지수가 10월 저점 대비 10%
상승하는 랠리를 이끈 매수자들은 (a)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으며 (b) 연준이 조만간 긴축
정책에서 선회하여 부양으로 돌아서고 (c)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복귀하여 (d) 경기 후퇴를
모면하거나 단기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며 (e) 경제와 시장이 태평성세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누적된 예금이 사용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고무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고용 시장은 여전히 경색된 상황이며 임금은 상승하고 경제는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화가 둔화 내지는 역행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글로벌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효과가 사라질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로서, 의심할 여지 없이 값싼 수입품 덕분에 1995~2020년의 기간에 내구성 소비재 가격이 40%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매년 0.6% 낮췄던 것으로 추산됩니다.)
•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 아래로 떨어지는 것에 추가하여 인플레이션 심리가 완전히 종식됐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준이―현재 마이너스 2.2%인―실질 연방기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러한 이유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부양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 연준은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혹은 너무나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오판했다는 점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긴축으로 전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급하게 부양으로 돌아섬으로써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곤란합니다.
• 연준은 채권 매입으로 인해 4조 달러에서 거의 9조 달러로 폭증한 대차대조표를 처리해야 하는 과제에 봉착했습니다. 만기가 도래한 보유 채권의 롤오프(roll off)를 허용할 경우(혹은 가능성은 다소 낮지만, 매각을 허용할 경우) 시중에서 상당한 유동성이 흡수되어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연준이 영속적으로 부양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대신에 부양과 긴축 둘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수준을 의미하는 ‘중립 금리’를 통상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을 점칠 수도 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여름에 추정한 중립 금리는 2.5%였습니다.
•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은 시장 원리가 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믿고 있지만 돈에 관한 한 1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시장 원리가 적용된 적이 없습니다. 연준은 금리를 조절하고 모기지 채권을 보유하는 활동을 줄임으로써 자본 배분에 관여하는 역할을 축소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연준이 장기적으로 부양적인 금리를 유지할 경우 반드시 리스크가 수반됩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는 그런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지난 2년간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과 관련된 단발성 요인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연준은 다음에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을 경우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 정상 금리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2008 년 이후에 투자계에 발을 들인 투자자는―혹은 기억력이 나쁜 베테랑 투자자는―현재의 금리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역사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지금보다 낮아야 할 명확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앞으로 수년 동안 기준 금리가 0~2%대가 아닌 2~4%대(현재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를 평균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반론도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구제가 요구될 정도로 심각한(그리고 또 다른 파급력을 미칠) 경기 후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 수년간 고도로 부양적인 금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판단입니다. 다만, 저의 그러한 개인적인 판단에 오크트리가 돈을 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드립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지난 40년과 13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인 것은 분명합니다. 맨
오른쪽 열에 열거된 항목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확하게 유지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금리 그리고 외생 변수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 중 어느 하나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가까운 미래가 전반적으로 장밋빛은 아닐 것으로 예상합니다.

• 향후 12~18개월 동안의 경기 후퇴는 경제학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경기 후퇴는 기업 이익과 투자자 심리의 악화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시장 여건이 가까운 시일 내에 직전 수년과 같은 유리한
상황으로 반전할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 부채 디폴트율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그 수준을 얼마나 유지할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하이일드 회사채의 연간 디폴트율은 1978~2009년의 기간에는 평균 3.6%였지만 2010~2019년의 기간에 주를 이뤘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하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인 2.1%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10년 동안 디폴트율이 과거 평균에 근접했던 기간은 단 1년뿐이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제가 확신하는 예측이 한 가지 있습니다: 금리가 현 수준보다 2,000bp 아래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경제와 시장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우리가 가는 방향을 결코 알 수 없지만 현재 상황만큼은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앞서 언급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압도적으로 다르다는―그리고 전반적으로 불리하다는―것이 저의
기본적인 판단입니다. 이 변화는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생각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기간을 상징하는 낙관론과 용이함을 단기간 내에 다시 경험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2009~2021년의 기간에 지속됐던 저수익률 시대가 저물고 정상 수익률 시대가 도래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투자자는 신용 수단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이는 곧 수익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이상 고위험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주와 바겐 헌터는

2009~2021년과 비교하여 새롭게 변화한 환경에서 훨씬 유리한 실적을 전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로서, 만약 현재의 환경이 지난 13년 그리고 지난 40년 중 대부분의 기간과는 매우 다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러하리라는 예측에 수긍한다면 그 기간 적중했던 투자
전략이 향후에는 우월한 성과를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상전벽해입니다.

정리=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