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 문제를 겪었던 애플이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생산전략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신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중국에 집중돼있는 생산기지를 인도로 다변화한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브로드컴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연결하는 통신 반도체를 2025년 자체 설계 칩으로 변경한다. 퀄컴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셀룰러 모뎀 칩은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에 자체 설계 칩으로 교체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애플은 현재 브로드컴이 공급하고 있는 칩을 대체할 칩을 개발중이다. 또 셀룰러 모뎀과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능을 하나로 결합한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체 설계칩의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다. 앞서 애플은 맥 PC에 들어가는 인텔 프로세서를 자체 설계한 애플 실리콘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통신칩을 자체 제작하겠다는 애플의 결정은 수요 감소로 타격을 입은 반도체 업체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로드컴의 지난해 매출의 20%에 이르는 약 70억달러가 애플에서 나왔으며, 퀄컴은 100억달러(전체의 22%)의 매출을 애플을 통해 벌어들였다. 애플의 대체 결정에 따라 이같은 매출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같은 악재에 브로드컴의 주가는 2% 하락한 576.89달러에, 퀄컴은 0.6% 떨어진 114.6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애플은 2018년부터 셀룰러 모뎀을 자체 설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2019년에는 인텔의 모뎀 사업부를 10억달러에 인수하고 설계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퀄컴과 애플은 로열티와 특허권을 놓고 2019년까지 치열한 법적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애플은 브로드컴과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 위기가 불거졌을 때조차도 주문을 취소할 수 없도록 강요했다. 애플은 2020년 3년 동안 브로드컴의 칩 구매에 총 150억달러를 지출한다고 공개했다.

중국에 몰려있는 아이폰 생산기지를 인도로 분산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4~12월 약 25억달러어치 아이폰이 생산돼 수출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폭스콘과 윈스트론이 각각 10억달러 이상, 페가트론이 약 5억달러어치를 인도에서 생산했다고 내부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지난해 중국 공장들은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정부의 제로 코비드 정책에 따라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달에는 정저우 공장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며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애플은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분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이폰 위탁 생산업체들은 인도를 그 대안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아직은 인도 생산량이 미미하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인도 생산량은 300만대로 중국 생산량(2억3000만대)에 비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 생산능력의 10%만 이전하는데 약 8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